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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창비] 더 많은 진실의 탐험가를 기다리며

박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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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방영 연기사태는 우리 방송의 공영성과 독립성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또한 많은 시민들이 이를 좌시하지 않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 사례였습니다. 얼마전 단행본으로 출간된 〈PD수첩〉을 창비 가을호 촌평에서 소개합니다―편집자.

 

박어진 / 문화교류공간 서울셀렉션 기획실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21세기초 어느날 줄기세포를 내걸고 혜성처럼 나타난 과학자 황우석.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습니다”라는 비장한 멘트를 날렸을 때 우리는 단번에 그에게 매혹되었다. 세계 1위에 대한 국민적 강박 또는 목마름을 단숨에 씻어줄 영웅이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 치료라니, 첨단과학 보유국으로서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고 줄기세포 연구는 국익과 동일시되었다. 언론은 줄기세포 연구에 신선한 난자가 필요하다고 떠들었다. 그러자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여성들이 줄을 이었다. 그녀들의 난자 공여의사 표명 내지 실제 제공은 ‘애국여성’적인 행동으로 떠받들어지기까지 했다. 난자 제공의 윤리적 측면이나 배란 유도과정에 따르게 마련인 부작용과 합병증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곧잘 무시되었다. 

 

〈PD수첩〉은 그때 외쳤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를 위해 600여개의 난자가 불법 매매로 거래되었다”고. 그뒤 폭탄선언이 이어진다. “줄기세포는 애초에 없었다”. 〈PD수첩〉 20년사에 이처럼 극적인 순간이 또 있을까? 텔레비전 앞에 앉아 PD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던 순간의 전율을 나는 잊지 못한다. 황우석이라는 국가적 신화에 도전한 괘씸죄로 한동안 〈PD수첩〉 제작진은 매도당했고 모욕과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승리했다.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 만일 〈PD수첩〉 팀이 그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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