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박근용

박근용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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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일관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기계적 반응이라고 해야 할까. 매년 정기국회 시즌에 열리는 3주 내외의 국정감사 기간에 또는 국감이 끝나고 나오는 언론과 평론가들의 평가는 엇비슷하다. ‘정쟁으로 얼룩진, 정책은 실종된 국감’이다. 올해도 여지없다.

 

어느 시민단체에서 발표한 이번 정기국감 평가자료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여야가 ‘민생’을 최우선 의제로 내세웠지만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좌우 이념논쟁, 기초연금을 비롯한 대선공약 후퇴논란 등으로 정쟁중단 선언은 흐지부지되었고, ‘민생국감’ ‘정책국감’도 공방과 파행 속에 묻혔음. 전체적으로 철저한 사전조사와 분석을 통한 정밀한 자료와 증거로 국정의 잘잘못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되지 못해 ‘부실 정쟁 국감’을 벗어나지 못함.”

 

국정감사는 국민을 위한 검증의 장

 

그런데 ‘정쟁국감’이라는 말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정밀한 자료와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문제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역사교과서의 부실검증 문제, 기초연금을 비롯한 대선공약 후퇴는 과연 국감에서 다루어질 만한 주제가 아닌 것일까?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하여 행하는 감사(監査)’라는 사전적 의미를 생각해보자. 이런 문제야말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을 촉구하는 국정감사에서 다루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정책적 사안과 정치적 사안이 명확히 구분되지도 않는다. 정책적 사안 중에서도 정치적으로 예민하거나 당파적으로 갈리는 것은 정치적 사안이 된다. 국감에서는 당파적으로 입장이 갈리는 것을 제외한 정책적 사안만 다루라는 것은 이념과 지지기반이 다른 정당과 정치세력 사이에서 의견일치를 보고 있거나 중립적인 사안만 다루라는 것이다. 그건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문제는 국감에서 행정기관의 잘못조차 두둔하기 위해 타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문제제기를 비하하고 논쟁거리로 만드는 이들에게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과 정당들끼리 논쟁하는 마당이 아닌데도 이를 망각하고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않는 이들이 문제다. 예를 들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나 역사교과서의 부실검증 문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는 행정부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한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입씨름을 벌였다. 여기에 고무된 피감 기관장들은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런 현상이 문제이지 정치적 사안으로 번진 정부 정책에 대해 문제점이나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애꿎게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을 대신해서 추궁해야 할 것을 다룬 국회의원과 정당이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검증의 목소리가 ‘정쟁’의 유발이라는 이유로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당들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민생’, ‘민생국회’를 야당들보다 더 외치는 이유다.

 

이번 국감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봐야

 

내가 보기에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성과는 정치적 사안이 되어 있는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 사건을 야당 의원들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정보원만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줄 알았는데, 그 범위가 더 넓어진 것이다. 그리고 국방부장관과 지휘관, 국가보훈처장의 염치없는 답변이나 불성실한 태도,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 확인시킨 것도 성과다.

 

또 하나 이번 국감을 보면서 주목할 만한 것은, 과거 국감에서도 그런 면이 있지만, 피감기관장들의 불성실한 태도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홍준표 경남지사,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그런 사례다.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히 답변하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것이나 금방 들통 날 것도 우기거나 답변을 거부하는 태도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행정기관장들이 국민의 대표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 뒤집어진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의원 중에 자질미달인 사람이 있다고 해서 행정부와 그 소속기관을 감사(監査)하는 국회의 지위마저 낮아져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 중에 교양 없이 처신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국민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다.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 지위는 국회의원 스스로 제 역할을 잘해서 지켜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에 도전하고 상대적 관계를 역전시키려고까지 하는 행정기관장들의 도전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2013.11.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