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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X파일 공개사건이 남긴 과제

박성철

박성철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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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이었다. 당시 노회찬 17대 국회의원은 삼성그룹의 회장 비서실장과 중앙일보 사장이 나눈 대화록을 공개했다. 안기부가 도청으로 만든 녹취록이었다. 재벌과 언론이 검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려 공모했다면서, 정치권과 재계, 언론, 검찰의 유착을 파헤치는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검찰은 대화 당사자나 관계자들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를 했지만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말했다. 오히려 불법도청 정보를 공개했다는 죄로 노의원을 기소했다.

 

오랜 재판 끝에 노의원은 지난달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19대 의원직도 함께 잃었다. 빈자리를 채울 선거가 다음달에 치러진다. 안기부 X파일 공개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이렇게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일이 되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인터넷 게재행위는 면책특권 대상이 되기 어렵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헌법 제45조). 면책행위를 기소하더라도 법원은 공소를 기각한다. 이 사건에서도 국회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 대해선 법원이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처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공개행위는 면책의 울타리를 벗어나 문제가 됐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과 인터넷에 올린 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면책특권은 의회 내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정치인으로서 행하는 모든 정치활동을 지켜주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국회 밖에서 발표하거나 출판하면 면책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인터넷 시대에도 국회라는 물리적 공간에 한정하는 헌법 해석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 법적 책임을 원천적으로 면해주는 특권 확대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2심 법원, 정당행위로 무죄다

 

도청내용을 공개하더라도 어떤 경우에 처벌하지 않을 것인지를 따지는 데 논의를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社會常規)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법질서 전체 정신이나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참을 수 있는 행위는 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게 어떤 때일까.

 

이 사건에서 파기 전 2심 법원은 인터넷 공개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보았다. 검사들에 대한 금품전달 계획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수사를 촉구한 건 목적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검찰의 청렴성·독립성과 재벌의 적법·투명한 업무수행을 담보하려는 이익은 매우 중대한 것이어서 인터넷 공개로 얻을 수 있는 공적 가치가 대화 당사자나 관련자들이 입는 피해를 능가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녹취파일을 보면 검사들에 대한 조직적 금품전달이 대화 후에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케 하며, 만일 실제 금품전달 행위가 계속 되었다면 대화록을 공개할 무렵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피의사실이 존재했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수사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여겼다. 야당 국회의원이 수사를 촉구하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신속하게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논리로 인터넷 공개는 정당행위로서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대화내용에 공적관심이 크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보았다. 우선 공개된 대화내용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하면 될 텐데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에 대화내용과 실명을 공개한 건 방법의 상당성도 결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개하는 데 공익적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언론보도로 공적 효과가 상당히 달성되었는데 굳이 새로운 방식으로 공개해 대화 당사자나 관련자들이 추가로 불이익을 감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인터넷 공개로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사익침해가 더 커서 정당행위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 이유로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벌하려 하거나 벌하지 않으려는 판결 둘 다 필연적 논리귀결을 따랐다고 보긴 어렵다. 도착지가 다른 건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사회상규라는 막연한 기준으로는 어느 곳으로도 가는 길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위법하지 않은 행위를 정하는 구체적 입법이 필요하다

 

도청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어떤 때에 위법하지 않게 되는지를 정하는 법률이 따로 없다보니 법원의 해석에 더 의존하게 된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잣대는 모호하다. 추상적이어서 가치관에 따라 법관의 판단기준도 요동칠 수 있다. 대법원이 도청정보 공개 시 정당행위가 인정되는 요건을 밝히는 판결을 할 때, 대법관 5인이 반대의견으로 다른 틀을 제시할 정도로 견해가 분분할 수 있다.

 

널뛰는 칼을 부여잡기 위해선 국회의 입법이 요구된다. 헌법재판소는 소수의견으로, 도청정보라도 공개자가 도청에 개입하지 않고 얻게 된 진실한 내용을 공익을 위해 밝힌 경우까지 처벌한다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를 낸 적이 있다. 취득의 합법성, 내용의 진실성, 공개목적의 공익성이라는 세가지 표준에 부합했을 때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면 세상이치에 맞는 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기부 X파일 공개사건도 이런 얼개에서 토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3.3.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