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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보고 싶지 않은 ‘네티즌 의견’

박성철
박성철

박성철

인터넷 뉴스의 마지막 단락이 불편하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 따위로 시작해서 “등의 반응을 보였다”로 끝나는 문단이다. 바이라인에 ‘온라인 뉴스팀’ 등이라고만 적혀 있어 누가 썼는지 알기 어렵다. 네티즌 의견이라며 큰 따옴표 안에 직접 인용되어 있는 말에도 출처가 없다. 민망한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이름 없는 기자가 어느 네티즌이 말했는지 정말 말하긴 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말을 주요 매체 뉴스팀의 이름으로 대량 유통시킨다. 황소개구리처럼 포털 싸이트 헤드라인까지 삼키며 인터넷 생태계를 교란한다.

 

낯 뜨거운 호객행위

 

거짓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에 걸리면 기분이 언짢다.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에 오른 단어를 일부러 넣은 맞춤형 속보는 종종 도를 넘는다. 키워드를 거듭 써서 쉽게 검색되게 하는 편법을 쓴다. 이를테면 한일전 축구경기가 끝나고 하이라이트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경기가 끝났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이 한일전 “하이라이트 보고 싶네” “하이라이트,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하이라이트 왜 빨리 안 올라오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쓰는 것이다. 한일전 하이라이트라는 검색어에 들어맞는 최신기사지만, 경기 동영상은 고사하고 요약문도 없다. 취재를 통해 진실을 검증하지 않으면 다룰 수 없는 음모론 기사도 마찬가지다. 네티즌 의견에 “음모론이 있는데 정말일까?” “음모론이 궁금하네”와 같은 표현을 되풀이한다. 검색에 자주 노출되지만 정작 본문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낯 두꺼운 속임수는 인터넷 정보체계를 어지럽힌다. 웹의 하이퍼텍스트는 검색과 클릭으로 배열이 수시로 바뀌는 구조다. 링크를 매개하는 검색과 클릭 시스템 덕분에 텍스트를 넘나들며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글과 그림이 고정된 서열 속에 열을 짓는 종이문서와 다르다. 검색과 클릭 기능은 복잡하게 얽힌 웹의 도로와 신호등인 셈이다. 잘못된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는 신호체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체증을 유발한다. 흘러다니는 정보를 검증하고 바르게 유통하는 역할을 해야 할 미디어가 도리어 반칙을 일삼으며 정보공유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금방 들통 날 술수를 써서라도 순위만 올리면 된다는 행태로 보여 안타깝다.

 

바른 여론형성의 걸림돌

 

출처가 없는 것도 불만스럽다. 찬반양론이 분분한 정책이나 정견을 담은 소식에 네티즌 의견으로 여론을 전하지만 근거는 없다. 의견의 진위와 맥락을 확인할 길이 없다. 공론장에서 대화할 상대방을 찾을 수 없다. 밑도 끝도 없이 나열되는 따옴표 행렬 앞에서 논의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국민이 원한다며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치인들의 동어반복처럼 더이상의 토론을 어렵게 한다. 뜬소문들이 악다구니로 이어질 뿐이다.

 

결국 올바른 여론형성을 방해한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오늘날 웹에 접근하는 네티즌이 특정 부류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네티즌 의견은 여론의 다른 이름인데, 시중의 공통된 생각인 여론을 전하려는 것치고는 너무 무성의하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갈무리하고 두루 통하는 뿌리를 찾으려 애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과 의견을 뒤섞어 여론몰이하려는 시도는 때로 사악하기까지 하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의견이다. 제3자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을 띠고 있을 뿐 작성자가 취사선택하고 가공하여 새로 만들어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의견으로 사실을 뭉개며 사실이 여론을 끌고 갈 수 있는 토대를 무너뜨린다. 작은 플랑크톤이라도 대량 증식하면 산소를 갉아먹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독소를 내뿜는다. 기사 말미에 붙어 있는 작은 단락들이 녹조현상처럼 뒤엉켜 정보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제 이런 ‘네티즌 의견’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박성철 / 변호사

2014.11.1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