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한방’

이남주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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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손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며 야권 단일화가 실질적으로 완료되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을 뿐 아직은 문재인 후보가 우위에 섰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문재인 후보의 파괴력이 약하기 때문에 현재 야권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문제를 인물에게만 돌리게 되면 야권이 이번 대선에서 직면하고 있는 또다른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

 

야권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여당이 아니라 야당의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야권의 기대만큼 고조되지 않는 것에는 토론 등을 회피하는 여당의 전략에 이미 권력의 정치적 하청업자로 전락한 지 오래인 공중파들이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중전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지상전을 강화하며 이 어려움을 극복해갈 필요가 있다. 진보개혁세력은 이미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서 그 위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중앙선관위의 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79.9%에 달해 17대 때의 조사와 비교할 때 12.9%나 높다. 특히 20대와 30대 중 투표의사를 밝힌 비율이 각각 22.9%, 14.9%가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상은 과연 무엇인가

 

그래도 지금까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지지자들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다. 필자도 그동안 이러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선택을 앞둔 시점에서 막연한 한방에 대한 기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상, 그리고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 대통령상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의 필요성이나 박근혜 후보와의 상대적 우위만 가지고는 선거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문재인 후보가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공중전에서의 열세를 지상전에서의 우위로 극복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야권의 지지세력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야권은 기성사회의 각종 유리한 고지에서 소외되고 중간조직이 취약하며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강하기 때문에 야권 지지층은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지지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기대를 실현하고자 해왔다.

 

이러한 선택은 권위주의 통치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데 유효했다. 그러나 문제도 많았다. 이는 진보개혁세력의 거버넌스가 세력과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고 특정 인물의 지도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인물의 영향력과 지지도가 떨어지면 거버넌스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이는 다시 인물의 지지도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계속되었다. 개혁이 뜻한 바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진보개혁세력이 한단계 더 성장하고 민주, 복지, 평화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새 체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즉 인물이 아니라 비전을 공유하는 세력과 시스템이 개혁과 변화를 추진하는 중심 동력이 되어야 한다. 지금 문재인 후보를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도, 그가 지금까지 세력을 통합시키고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후보는 확실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신종 ‘한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세력 통합과 새로운 거버넌스 형성이라는 과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문재인 후보는 야권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1987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야권의 정치세력이 이번처럼 집결한 경우는 없었다. 야권은 이미 특정 계파에 의해 좌우될 수 없을 정도의 정치연합을 이루어냈다. 이로부터 벗어난 행동은 정치적 자살행위와 다름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12월 9일의 후보 담화를 통해 야권세력의 결집이 새로운 거버넌스로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하는 국민정당의 건설과 대통합거국내각을 당선 이후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제시하였다.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가 어제 발표한 성명에서는 ‘그대로 실현된다면 한국정치의 근본과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제안’이라고 문재인 후보의 담화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인수위부터 연합세력이 공동운영하겠다는 약속은 이 담화에 구체성과 진정성을 더해준다. 새누리당은 이 역시 권력 나눠먹기로 비판하고 있으나 이는 밀실협상을 통한 거래가 아니며 또 특정 정치세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자신은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안철수 전 후보의 선언이 이러한 의미를 잘 살려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흐름을 잘 이어간다면 우리는 선거 승리 이후 인수위 구성부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목격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참여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선거승리를 새로운 거버넌스의 건설로 이어갈 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개인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유권자의 갈망에 안철수 지지세력의 동력까지 더해져 만들어낸 공동작품이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인격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힘을 모아갈 수 있다는 신뢰의 정치와 선거 승리를 진정한 변화로 이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앞으로 남은 일주일 동안 자신이 열고자 하는 새 시대의 의미를 더 분명히 전달하기를 바란다.

 

이제 국민 앞에는 거짓 변화를 내세워 낡은 세력으로서의 본질을 감추려는 세력을 극복하고 진정한 변화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다. 공중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새 시대를 향하기 위한 소통을 강화하자.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힘을 합치는 것, 그것이 선거 승리와 민주, 복지, 평화의 새 시대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2012.12.1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