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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문재인 대표의 천안함 폭침론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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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 침몰 5주년을 앞둔 지난 3월 25일 해병대 2사단 상륙돌격장갑차대대를 찾아가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한 후에 북한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야당후보 자격으로 ‘천안함 폭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북한을 그 장본인으로 명확히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냥 ‘폭침’이란 표현과 ‘북한 잠수정에 의한 폭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의 의미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서의 논쟁을 통해 보다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2010년 7월, 안보리 의장은 천안함 침몰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하면서도 끝내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린’ 남한 주도의 조사결과를 인용하지 않았다. 또한 이 성명에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함도, 1번 어뢰도, 폭발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저 침몰을 초래한 공격이라고만 추상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것은 의장성명에 적시된 대로 대한민국(한국)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과 더불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하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폭침 발언에 앞서 설명되어야 했던 것들

 

문재인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천안함 침몰을 ‘폭침’이라고 언명한 것이 과연 북한의 부인을 ‘유의’하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주목’한 결과인가는 논외로 하자. 하지만 적어도 침몰 5주년을 맞아 ‘북한 잠수정의 소행’이라고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려면, 문대표가 반드시 유의하거나 주목했어야 할 국내외의 이견과 과학적 반론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준비했어야 했다.

 

우선, 문대표는 천안함 폭침의 ‘결정적 증거’와 관련된 과학 논쟁에 대해 어떻게 유의하고 주목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 부품에서 찾아낸 폭발물질이라고 제시한 것을 몇몇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침전물질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국정부 주도의 조사에 참여했던 미국 측 토머스 에클스 단장조차 한국정부에 보낸 이메일에서 “전문가들의 의심을 제거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그들은 일상적으로 부식이 일어나는 바다 속의 환경에서도 해당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완곡하게 피력한 바 있다.

 

또한, 문대표는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 어뢰를 발사했다는 정부의 가설을 사실로 믿게 된 근거에 대해서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범으로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을 지목했는데, 2010년 5월 20일 중간발표에서는 130톤급 최신예 잠수정이라고 발표하고, 6월 4일 유엔보고에는 70-80톤급 구형 잠수정이라 보고했다. 70-80톤급 구형 잠수정은 중어뢰를 발사할 수 없다. 유엔이 폭침설을 인용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120톤, 190톤으로 오락가락하는 발표를 해서 논란을 빚었다. 이 모든 혼란이 천안함사건 5년 전부터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을 추적해왔고 그 성능과 제원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는 군의 반복된 실수였던 건가? 

 

마지막으로 천안함 침몰 이후 정부의 발표에 대해 제1야당이 제기했던 문제제기들과의 일관성을 고려하더라도 무언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예컨대 2010년 9월 정부가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에도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진실을 밝히기에 부족했고 국민적 의혹만 더 커졌다”라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특위 재가동을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문대표의 뒤늦은 개과천선을 수용하면서도 ‘이토록 늦어진 데 대해 사과하라’고 추가압박을 가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은 2010년 9월 이래 국회 차원의 검증작업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대표가 스스로 입장을 바꾼 것에 따른 귀결일 수 있겠다.

 

이렇게는 종북몰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26일 “만약 문대표가 시민들과 국제사회가 제기해온 합리적 의혹들에 대해 정부로부터 새로운 과학적 근거나 증거를 제공받았다면 마땅히 이를 공개해 국민들도 진실을 알도록 해야 한다”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3월 29일 대표취임 50일 기자회견에서 천안함사건을 북한에 의한 폭침사건으로 규정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회피한 채 자신의 최근 행보가 수권능력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에둘러 주장했다. 굳이 의역하자면 정부와 보수언론의 천안함 폭침론에 편승하는 대신 도리어 여당의 안보무능을 비판하여 정권교체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문대표가 과거 당의 입장을 근거 없이 바꾸어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설을 인정하고 들어간다고 해서 과연 집요한 종북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3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천안함과 관련해 응답자의 47% 이상이 정부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하고, 39% 안팎이 정부의 조사결과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설사 문대표가 미봉책을 동원해 요행히 종북프레임의 개미지옥을 탈출한다 해도 여전히 수많은 시민들이 남아 있게 된다. 문재인 대표의 폭침 인정은 과반에 가까운 국민을 불순분자 혹은 음모론자로 몰아가는 종북프레임에 힘을 보태는 일이다. 게다가 신앙고백하듯 천안함 폭침을 인정한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후의 대선가도에서 또다른 비논리와 비이성의 신앙고백을 강요받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떡 하나 더 주면 안 잡아먹지” 식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새 정치’의 비전과 책임은 어디에?

 

천안함 폭침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문재인 대표가 이끌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들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한 정면대응을 회피해왔다. 우방국(미국)의 요청만 있으면 얼마든지 국제평화유지라는 이름으로 다국적군 파병에 응할 수 있는 해외파병참여법안 발의,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무기연기와 미군기지이전협정의 일방적 변경, 한·미·일 간 군사정보공유 약정의 기습체결과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사드 배치 논란에 이르기까지 제1야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모호하기 그지없다. 

 

안보에 강한 수권정당임을 과시하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서는 역설적으로 종북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공포와 온당치 못한 정략적 고려가 느껴진다. 이 공포와 자기검열은 종국에는 새 정치의 주체가 형성될 민주적 공론장을 위축시킴으로써 문대표가 그리는 수권의 꿈마저도 질곡에 빠뜨릴 것이다. 더불어 정치인 문재인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시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비전의 폭도 협소해지고 말 것이다. 정치인 문재인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집권하기도 어려우려니와 만약 집권할 경우에도 북한의 어뢰 공격을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단정한 대통령으로서 폭침을 부인하는 북한과 폭침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압박하는 남한 보수 여론 사이에서 어떤 경륜을 펼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래서는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어둡게 함은 물론 자칫하면 이 나라 민주주의와 평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태호 / 참여연대 사무처장

2015.4.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