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첸 외 『유튜브 이야기』, 릭 채프먼 『초난감 기업의 조건』

김태권

성공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스티브 첸 외 『유튜브 이야기』, 릭 채프먼 『초난감 기업의 조건』

 

 

“소문 듣고 찾아왔습니다. 당신은 어떤 학생이라도 성적을 올리는 악마의 입시 비법을 아신다더군요.” “그래서?” 그는 핏발 선 눈으로 쏘아보았다. “어찌하면 제가 명문대에 가겠습니까?” 한참을 조르자 그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네가 가장 아끼는 사람을 이 칼로 찌르고 와라. 그럼 비법을 알려주지.”

학생은 고민했다. 그러나 성공에 대한 갈망은 컸다. 가장 친한 친구를 불러내 칼로 찌른 후 그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자정을 알리는 열두번의 종소리. 그가 귓가에 속삭인 말인즉, “국, 영, 수 중심으로 예습하고 복습해라.”

 

왜 글 첫머리부터 허무한 우스개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성공의 비결’은 누구나 궁금해한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나마나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시대에 앞섰지만 성공 못한 경우도 많다. 창의성 없이 성공하기도 한다.

 

성공도 실패도 ‘아무렇게나’

 

lyuyu『유튜브 이야기』(한민영 옮김, 올림 2012)를 읽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주목받는 기업 유튜브를 세운 스티브 첸(Steve Chen, 陳士駿)의 자서전이다. 스티브 첸은 타이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대학을 중퇴하고 실리콘밸리에 취직. ‘페이팔’의 초기 멤버. 이 회사가 대박을 내며 이십대의 나이에 백만장자가 됐다. (한국 돈 백만원은 평범해 보이지만 미국 돈 백만 달러면 엄청난 부자다.) 얼마 안 가 회사생활이 따분해졌다며 회사를 뛰쳐나와, 차고에서 유튜브를 창업했다. 더 큰 대박이 났다. 지금은 유튜브를 구글에 넘기고 새로운 회사를 하나 더 차리는 중. 거침없는 이야기, 읽는 맛이 있다.

 

성공의 비결? 모르겠다. 유튜브 같은 기업이라면 전략이 대단했을 것 같은데,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초기 기획이 있기는 있었단다. 청춘남녀가 자기소개 동영상을 올리는 장소로 기획했다나. 페이스북을 따라한 서비스였다. 그런데 반응이 시원치 않아서, 이용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방치했다나. “사용자들의 자발적 선택에 맡긴다”라는 말이 대단한 전략처럼 포장되곤 하지만, 사실 전략을 포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 대박이 났다나. 세상일은 예측할 수 없다.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스티브 첸: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돌다리도 두들기라’는 속담도 틀린 말. 스티브 첸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사흘 안에 해치웠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로 가려고 대학을 자퇴할 때 고민이 15분, 비싼 집을 살 때도 하루, 회사를 그만 둘 때도 뚝딱, 결혼 결정도 사흘. 유튜브를 구글에 매각할 때는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 길었다. “닷새나 걸렸다”니 말이다. 누구나 이렇게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러다 망한 사람은 나도 몇명 안다. 물론 ‘승부사적 기질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말도 있으니, 갖다 붙이기 나름일 테지만.

 

유튜브를 창업할 때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2005년 2월 14일에 세 청년이 함께 모여 유튜브라는 이름의 도메인을 샀다. 2월 14일을 “남자 셋이 함께 보냈지만” “밸런타인데이를 즐기는 어떤 사람보다 더 흥분했고 미래에 대한 행복과 기대로 넘쳤다”고 한다. 물론 밸런타인데이를 남자들끼리 보내는 것이 성공의 비결은 아니다. (지금은 스티브 첸도 잘 살고 있다. 구글코리아를 방문했다가 사랑에 빠져 한국인 직원과 결혼했다.) 이 대목에서 일 자체를 즐기는 상황은 퍽 부러웠다. 스티브 첸은 책 이곳저곳에서 정해진 노동시간 외에도 밤을 새며 즐겁게 일한다고 자랑한다. 주의! 밤샘노동이 부러운 것이 아니다. 노동의 즐거움이 부러울 뿐이다. (이 사실을 헛갈리는 어른들이 싫어서 나는 직장생활을 그만두었다.)

 

실리콘밸리의 환경도 부럽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구나 창업을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끄럽게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창업한 후의 실패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 역시 오해하는 어른이 많다. 도전도 용기도 부럽지 않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운 것이다. 한번만 헛디뎌도 평생 복구하기 힘든 한국사회에서 청년창업을 권하다니, 어른들이 참 못됐다.

 

아무려나 신자유주의시대 자본의 흐름을 『유튜브 이야기』의 행간에서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스티브 첸은 능력도 있고 열정도 있다. 운도 좋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 누구나 따라할 성공비결(개별 자본의 전략)은 이 책에서 찾을 수 없다.

 

성공의 비법 따위…

 

wegew성공신화를 다룬 모든 책은 성공의 비법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읽어보면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은 책은 여러 해 전에 나왔던 『초난감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Stupidity, 박재호·이해영 옮김, 에이콘 2007)이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일세를 풍미했던 경영서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제목을 비틀어놓았다. (맥락을 살린 역자의 재치에도 박수를 보낸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기업용 카마수트라였다. 이 책은 몇해 동안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런데 정작 내용은 없었다. 이른바 ‘초우량 기업’ 대부분이 몇년 안 지나 추락했다. 한술 더 떠, 저자들도 자료를 조작했다고 나중에 인정했다.

 

애초에 기업이건 개인이건 성공의 비법 따위란 없을지 모른다. 반면 ‘실패의 지름길’은 눈에 보인다. (나도 회사 다닐 때 ‘이번 프로젝트도 망하겠군’ 같은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적중률이 높았다.) 『초난감 기업의 조건』은 성공신화로 포장된 IT산업의 초창기 역사를 실패의 연속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무분별한 악과 죄의식이 깃든 즐거움이 가득 찬 광대한 우주에서 이 책은 그다지 해롭지도 않다”(에릭 싱크의 추천사)고 겸손을 떨었지만, 사실 유용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의 입담은 어찌나 세고 독한지! 비실비실 웃으며 읽기도 좋다.

 

요컨대 성공의 비밀은 무엇인가? 경쟁자들이 ‘삽질’을 할 때 실수를 덜 한다는 것 말고는 없다. 저자 릭 채프먼(Rick Chapman)이 도달한 잠정적인 결론이다. 물론 ‘삽질’을 하고 안 하고가 자기 생각처럼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열심히 하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다. 아니, 『초난감 기업의 조건』을 보면 열심히 ‘삽질’을 해서 망하기도 하니, 열심히 살자고 말할 수도 없다.

 

왜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하지 못할까? 모르겠다. 성공신화를 따라한들 남의 실패를 연구한들 딱 부러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옛날에 나는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쌓으면 언젠가는 알리라 생각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이다. 요즘은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잃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국, 영, 수가 중요하다”는 하나마나한 말이나마 남의 목소리로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김태권 / 만화가

2017.2.15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