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정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상영

이상영  |  부동산114 대표

지난 몇년간의 아파트값 폭등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최근 주택정책의 핵심내용 중 하나가 공급확대 정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도권에 2006년에서 2010년까지 164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연간 기본수요인 26만호 및 총소요 30만호를 크게 상회하는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물량은 86만 7천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신도시 건설물량은 41만호에 이른다. 여기서 분양이 완료되었거나 진행중인 곳은 화성, 판교, 김포, 파주 4곳이고, 나머지는 2007년에서 2009년까지 분양이 이루어지게 된다. 입주 완료까지 고려하면 대부분의 신도시는 2008년 말부터 2012년에 걸쳐 완성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08년 이후 수도권에 연간 36-40만호를 공급하면 집값은 장기안정세에 돌입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2기 신도시는 90년대 초반에 공급된 제1기 신도시와 비교하여 전체 규모나 지역이 배로 커졌다. 그런데 이러한 신도시 정책은 수도권내 주택공급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므로 신도시를 통해 주택공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또한 현재처럼 수도권 전지역에 동시다발로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등 신도시 건설에 의한 공급 자체, 또는 그 방법론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점이 드러난 일본의 신도시 정책

특히 신도시 건설에 의한 주택공급을 비판하는 최근의 입장들은 이미 이러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했던 선진국의 뼈아픈 교훈에 기초한 경우가 많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면,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뉴타운이라는 신도시가 전국적으로 건설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뉴타운은 초기에는 각광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생활의 불편으로 인해 인구가 심각하게 감소했다. 젊은 가족구성원의 감소에 의한 세대규모 축소와 도심으로의 회귀가 주요인이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고령화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어 향후 10, 20년 후에는 고령인구가 30%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뉴타운이 올드타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뉴타운의 교육기관이 축소되고 지역경제의 후퇴로 도시 자체가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신도시의 실패는 인구구조 변화나 고령화에 따른 도시개발을 고려하지 못해 자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보다도 빠르게 인구와 가구원 수가 감소하면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비슷한 결과가 예상된다.

우선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일본과 비교하면, 25년 정도의 시차는 있지만 거의 유사하게 가고 있고 그 속도는 더 빠르다. 따라서 향후 20년 안에 신도시들이 비슷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UN 인구전망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06년 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리나라는 정확히 20년 후 동일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14%에서 20%까지 12년 만에 도달했는데, 우리나라는 8년 만에 도달하는 등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도시개발

이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신도시의 활력이 쇠퇴함과 동시에 신도시에 남은 고령층의 생활은 고통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노인들에게는 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상가와 주택가가 분리된 신도시의 도시구조가 편안하지 않으며, 신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의료나 교육시설이 뒤처지고 지역내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이 해소될 수 있는 기존의 도심으로 회귀하려는 경우가 증가하고, 그 결과 신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면 어떤 형태의 주택공급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신도시 건설이 문제가 있지만, 기존 도심을 재개발하는 것 역시 높은 지가와 건축비로 인해 고분양가의 주택에 살아야 하는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개념적으로 낮은 용적률과 적은 개발밀도에 집착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발방식의 대안으로 도시 중심부에 초고층빌딩을 밀집시켜 별도의 교통수단 없이도 주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압축형 도시개발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 대도시나 홍콩 도심부가 대표적인 예로 개발면적을 최소화하고 교통량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압축형 개발은 유럽에서는 환경문제의 해결책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지방도시의 활성화와 고령화의 대책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다.

주택공급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주택만을 공급하는 신도시가 아니라 자족적 성격을 갖는 신도시 건설이나 강북개발이 되어야 한다. 강남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까운 지역에 고급주택을 공급해 강남으로 몰려드는 수요를 해소하는 정책은 강남을 확장하는 데 머물 것이다. 반면 강남 이외의 지역에 단순히 주택만을 공급하는 것은 결국 강남에서 너무 먼 강북을 지역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다.

강남이 주는 가치는 그 지역의 고급주택이나 좋은 학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강남지역이 창출하는 고용력에 기반한 지역내 고성장이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창출이나 교육 등 사회인프라와 연관된 계획 없이 신도시를 짓는 것은 현재의 주택문제를 확대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2기 신도시 건설이나 강북개발에서는 고용이 함께 창출되는 새로운 개발방식으로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도권 내의 균형발전이 가능하고 직주근접(職住近接)의 개념에 입각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택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7.01.30 ⓒ 이상영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