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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경제 환경변화가 주는 시사점

정대영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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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08년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은 후 2010년 초 일시 회복조짐을 보이다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다시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2012년까지는 유로존 붕괴, 중국경제의 급격한 후퇴, 미국경제의 재침체가 세계경제의 핵심 위험요인이었다.

 

미국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이 세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말부터 유럽 재정위기가 수습 기미를 보이고, 중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가지 위험요인은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태이다. 특히 미국경제가 2013년 들어 실업감소, 주택경기 회복 등 조금씩 개선되자 올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가능성과 이에 따른 충격이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과다부채

 

양적완화 조치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려도 돈이 충분히 돌지 않고 경기 침체가 계속될 때, 대규모 채권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일상적이지 않은 정책으로, 제로금리의 원조국인 일본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11월, 2011년 8월, 2012년 9월 세차례의 대대적 양적완화 조치를 실시했다. 따라서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이나 축소는 경기가 회복되고 돈이 정상적으로 돌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본적으로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양적완화 덕분에 실물부문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주식시장 등 금융부문과 외국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이 많아 경기가 과열됐던 인도 등 일부 신흥시장국은 충격이 클 것이다.

 

미국은 2013년 3월부터 정부지출이 자동 삭감되는 씨퀘스터(sequester)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10월에는 건강보험법 등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간 갈등으로 정부업무가 부분폐쇄되는 셧다운(shut-down)을 17일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정부채무가 법정한도에 도달해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 직전 상태까지 갔다. 10월 17일 여야의 극적 타협으로 내년 초까지는 미국정부가 정상가동될 수 있으나, 3개월 정도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여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최근 미국 셧다운 등의 이면에 있는 기조적 원인은 모두 경제주체의 과다부채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새로운 불안요인도 지방정부의 과다부채 문제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과다부채를 줄여야 하고 일부 국가는 실제 줄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2008년 위기 이후 금융기관과 개인의 부채축소가 진행 중이고, 올해부터는 씨퀘스터 등으로 정부부채도 축소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재정위기 이후 정부부채가 조정되고 개인도 저축을 늘리고 있다. 미국 등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은 이러한 부채축소의 충격을 경감시키는 기능도 하고 있다.

 

세계적 상황으로부터 한국은 무엇을 볼 것인가

 

세계경제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앞에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부채축소 과정에서 나타나는 저소비, 저성장, 고실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가계와 정부의 부채축소는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부족은 세계적인 생산능력 과잉상태와 맞물려 투자부진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저성장, 고실업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어떤가? 한국은 양극화, 노동시장 불균형, 높은 집값과 전셋값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200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률이 세계평균보다 낮은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경제성장률은 2.0%, 2013년 예상은 2.8%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렇게 낮은 성장도 미국, 유럽과 달리 ‘부채축소’가 아닌 ‘부채확대’를 통해 겨우 이루어낸 결과일 뿐이다.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도 주택경기 부양책 등을 통해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된 듯하다. 국가부채도 계속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공기업 등에 숨어 있는 부분이 많아 엄격한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이미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의 평균수준은 넘었을 것이다.

 

여기에다 부족한 사회안전망과 남북분단 등으로 인해 거대한 재정지출 요인이 남아 있다. 한국은 어떤 충격에 의해 부채를 빠르게 축소해야 할 상황에 빠지면 2008년 이후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들보다 고통이 클 것이다. 앞으로 세계 주요국은 전쟁이라는 아픈 과거의 기억 때문에 1929년 대공황 이후처럼 직접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각국의 부채축소는 수입수요 감소를 통해 보호무역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리고 성공적인 부채축소를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시킨 국가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제대로 극복한 승자가 될 듯하다. 한국도 어떻게 국민의 고통을 줄이면서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를 줄일 수 있느냐가 과제이다.

 

2013.10.2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