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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위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①: 대우조선 사태와 한국금융

전성인

최근 조선산업 위기를 계기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창비주간논평>에서는 이를 위한 연속기획을 마련합니다. 앞으로 3주 동안 금융, 산업, 사회정책에 대해 3명의 전문가가 각 영역의 문제를 짚고 해결방향을 제시할 예정입니다―편집자.

 

 

전성인

전성인

대우조선해양의 분식으로 시작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1년 내내 한국 경제를 달구고 있다. 작년 여름에 정성립 신임 사장에 의해 분식 사실이 처음 암시된 이후, 작년 10월의 서별관회의, 11월의 4조 2천억 구제금융, 연말의 원샷법 파동, 안진 회계법인의 때늦은 반성문, 올 4월 총선 기간에 새누리당이 불쑥 꺼낸 ‘한국형 양적 완화’, 국책은행 증자와 자본확충펀드,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의 폭탄 발언, 감사원 감사보고서, 검찰 수사,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 서별관회의 문건 유출에 이르기까지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 같은 ‘진짜 문제’들이 그림자처럼 같이하고 있었다. 큰 경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관치 금융과 분식회계, 그리고 진실 은폐와 곡학아세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다양한 논점 중에서 주로 금융 분야와 관계된 부분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문제는 분식회계다. 필자는 요즘 들어서야 비로소 조금 이해하게 되었지만 많은 회계 전문가들은 조선업 같은 수주 산업은 기본적으로 건설업과 그 회계구조가 동일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의 특징은 나쁜 맘만 먹으면 분식이 식은 죽 먹기라는 점이다. 그 핵심은 ‘물건을 판 시점에서 매출액을 파악’하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건설업이나 조선업은 ‘비용이 발생한 시점에서 그 비용을 계상하면서 매출액도 함께 파악’하는 회계적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조기경보 실패를 초래한 분식회계

 

이 경우 분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자. 어떤 조선회사가 배 두척을 만드는 데 저가 수주를 해, 배 한척을 만드는 데 150원이 드는데도 헐값인 100원에 만들겠다고 나섰다고 해보자. 배를 만들다보면 비용이 발생하고 당연히 매출도 증가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시점이 되면 실제 비용이 저가 수주액인 100원을 초과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반영하면 적자가 된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 비용을 마치 두번째 배를 만드는 데 지출한 것처럼 전환 처리하면 첫번째 배는 이익을 내면서 건조한 것이 된다. 이것이 분식이다.

 

물론 분식이 완전할 수는 없다. 두번째 배가 제대로 만들어질 리 없기 때문이다. 첫번째 배를 만드는 비용을 두번째 배 만드는 비용으로 돌렸으니 장부는 그렇게 적는다 쳐도 두번째 배는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적이 없고 따라서 두번째 배를 발주한 선사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 없게 된다. 결국 ‘당기순이익은 양수이지만 영업현금 흐름은 음수’인 전형적인 분식기업의 행태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우리는 못 찾아도 장부 보는 데 ‘선수’들인 회계사들은 척 보면 안다. 따라서 몇년 동안 이런 장부를 보고도 아무 소리 안한 외부 감사제도는 큰 문제다.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에 파견한 CFO가 이것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도 믿기 힘들다. 새로 부임한 사장이 회계숫자를 바꿀 정도인데 산업은행 내부에 있는 ‘선수’들이 이를 몰랐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기에 대한 ‘조기경보 체제’는 실패했다.

 

불투명한 금융 관행이 사태 키워

 

두번째 문제는 관치금융이다. 이 요소는 문제를 만들고 문제를 덮는 데 모두 깊숙이 간여되었다. 먼저 문제를 만드는 부분부터 보자. 국책은행의 CEO 자리는 모두 정권 관계자나 모피아(때로는 정권에 줄을 댄 모피아)의 차지다. 따라서 이들은 모두 당해 기관의 이익보다는 자신을 그 자리에 임명한 사람들에게 ‘총애’를 받는 것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돈을 넣으라고 하면 군말 없이 돈을 넣는다. 그래야 예쁨을 받으니까.

 

그다음은 부실의 뒤처리 문제다. 돈을 넣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으니 뒤처리 역시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다. 공개적으로 할 수도 없다. 적당히 ‘같은 편끼리’ 돈을 넣고 때우면서 요행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서별관회의 자료를 보면 법정관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나 자율협약조차도 선택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 돈을 더 넣어서 돈 못 버는 회사에 대한 대출을 버젓이 정상 여신으로 탈바꿈시키게 된 것이다.

 

법정관리와 제도개선 처방이 절실

 

그럼 이런 난장판을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까? 단기적 해결과 장기적 해결을 구분해서 생각해보자. 단기적으로는 부실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내려서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필수 작업이 대우조선해양을 법정관리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이제 그 누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장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오직 법정관리에 가서 채권자들의 눈이 ‘벌게진’ 상황에서만 정확한 계산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법정관리는 관치금융이 이 문제에 더이상 간여하지 않도록 끊어낼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장기적 해결은 결국 제도개선인데 이것은 훨씬 어렵다.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묻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관치 금융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간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좀더 어려운 일이다. 국민들이 끊임없이 ‘컨트롤타워’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우리가 이런 난장판이 또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폐지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이다. 무조건 사람부터 자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다 끌고 갈 수도 없는 것이 아마도 현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동자의 목소리와 교섭력을 늘려주고, 기업에는 응분의 해고회피 의무를 실질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부실의 진행을 조기에 차단해서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축소할 수 있다고 일단 추측해본다. 첫 걸음은 아마도 회사의 이사회에 노동자 추천 몫의 이사(이른바 노동이사)를 도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회사의 해고회피 의무를 강제하는 방안은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회사의 해고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해고유발 분담금제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2016.7.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