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일곱가지 거짓

김성훈

김성훈 | 상지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

노무현정부가 지난해 1월 18일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을 계기로 허겁지겁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 협상은 보통사람들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이상야릇함(不可思議)투성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자들이 언행을 자주 바꾸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대는 행태가 이상하기 짝이 없다. 추진 주체와 동기도 아리송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왜 그럴까?

첫째, 2006년 6월을 기준으로 대통령과 정부는 언필칭 한미FTA를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실제 그것을 국민들에게 공표한 이후에는 한달도 채 준비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연두회견 2주 후인 2월 2일(미국시각 2월 3일)에 한미FTA 공청회 개최(무산)와 대외경제조정위의 결의 및 협상개시 선언 등이 시차를 두고 이루어진 것이다. 다른 한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 9월 대통령의 유럽 및 중미 순방 때 독대하여 결심을 받아냈다고 공개함으로써 3년간 준비해왔다는 정부당국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둘째, 무엇보다도 우스운 일은, 국책연구기관이 급조하듯 부랴부랴 작업하여 그나마 무산된 공청회에 공개한 한미FTA 효과 예상치들이 위로부터의 호된 꾸중에 다시 한달 정도 수정작업을 거쳐 발표되었는데, 그 수치가 4~5배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미FTA로 국내총생산이 1.99%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한달 만에 7.55%로 뻥튀겨지고, 대미무역흑자가 70여억달러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40여억달러로 바뀌더니 종국에는 아예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도 최근 산자부는 한미FTA로 1만 3천여개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며 10만여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이같은 정부기관의 한미FTA 손익계산 수치조차 왔다갔다하여 아무도 그 효과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일관성 없고 아리송한 한미FTA 추진과정

셋째, “칠레와의 FTA도 그렇게 반대했지만 지금 괜찮지 않느냐. 마찬가지로 한미FTA도 결과가 좋을 것이다”라고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앞장서 선전한다. 이 말은 국민을 우롱하는 사실 호도(糊塗)의 극치이다. 우선, FTA라는 용어만 같을 뿐 내용상 두 가지는 천양지차다. 칠레하고는 문자 그대로 무역에 관한 관세조정 협정이었다. 반면 미국과의 FTA는 무역관세는 물론 경제, 기업, 투자, 공공제도, 교육, 문화, 의료, 복지, 써비스, 환경, 외국기업의 정부소송 등 전반적인 경제사회 통합협정이다. 김대중정부 초기에 추진하다가 그만둔 BIT(양국투자조약)가 포함된, 미국경제에 대한 총체적인 동조화 협상이 바로 한미FTA이다.

칠레와의 협상은 사과, 배, 쇠고기 등 우리 농축산물 분야의 무관세화 문제로 1년 8개월간 중단되기까지 했다. 중단 끝에 우리 측의 일부 공산품 분야를 양보하는 조건으로 칠레가 이들 문제를 양허함으로써 3년 2개월 만에 협상이 타결되었다. 예상되었던 농축산업 피해액과 피해품목이 대폭 축소될 수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정부는 조급하게도 그 파괴력이 몇십배, 몇백배가 클 미국과의 FTA협상은 미국의 TPA(신속무역권한) 일정에 맞춰 10개월 만에 타결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도대체 FTA건 WTO건 협상도 하기 전에 일방적인 ‘선결조건’을 받아들인 사례는 한미FTA뿐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수입의약품값 통제 등 김대중정부 때의 BIT협상도 이들 선결조건 때문에 1년여 만에 중단됐는데 노무현정부는 하등의 공론화과정도 없이 뚝딱 양보해버렸다. 더 기막힌 사실은 이 선결조건 양보문제를 정부 고위책임자들이 극구 부인해오다가 미국의회 문서가 공개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다섯째, 국민의 세금 45억여원을 들여 각종 언론매체에 전면적으로 광고하는 정부의 상투적 선전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미국과 FTA를 맺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인상을 주거나 한미FTA는 우리 미래를 위해 중단할 수 없는 불가결한 사안인 듯 주장하는데, 이 모두가 거짓말에 가깝다. 이미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다가 그만둔 나라는 스위스, 태국,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남미의 몇몇 국가 등 34개국이 넘는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FTA가 일반 FTA와는 달라 이것을 체결하면 전반적인 경제제도의 미국 동조화 요구를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한미FTA를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한미FTA를 찬성하면 친노-친미-우파이고, 반대하면 반노-반미-좌파인 양 몰아가는 정부당국자와 일부 보수신문들의 논조도 코미디이다. 그러면 미국과의 FTA협상을 중단한 나라들은 모두 좌파-반미-반노란 말인가.

이제는 협상중단을 결단해야 할 때

여섯째, 노무현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대외통상협상의 원칙을 ‘선대책 후협상’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리고 훈령까지 만들어 선공청회(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를 명문화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전문가들의 공동연구와 조사 후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한미FTA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모두 무시되었다. 심지어 원래 예산에도 없던 홍보비를 펑펑 쏟아부으며 한미FTA의 당위성을 홍보하면서도, 농민들이 조리미(쌀)를 거둬 반대광고를 내려니까 소송현안 운운하면서 차단하고 있다. 합법적인 시위마저도 원천봉쇄하더니 반대광고마저 막아버린 것이다. 군사독재정권 때도 이런 일이 있었던가?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탁월한 반어법으로 “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백여년 전의 쇄국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 텔레비전광고를 통해 광개토대왕, 장보고를 들먹이며 한미FTA를 찬성하라고 국민들을 매일 윽박지른다.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과 WTO 가입으로 이미 99.8% 정도의 무역 및 투자가 자유화되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폭넓게 개방한 나라가 되었다. 한마디로 한미FTA는 개방이냐 쇄국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경제, 무역, 기업, 사회, 교육, 문화, 복지, 써비스 등에서 만가지 피해를 감수하고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고치느냐, 아니면 내어줄 것과 얻어낼 것 등에 대해 더 세밀히 검토하고 공론화하여 단계적으로 취사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1월 15일부터 시작하는 6차협상에서 각 부처들이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것을 추려내고 나머지는 2월에 예정된 양국 고위층간의 ‘빅딜’에서 일괄타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무역, 경제, 농업에 대한 피해대책과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한미FTA를 맹목적으로 추진하는 노무현정부와 정치·언론세력들은 협상을 중단하고 냉철히 이해득실을 재검토해볼 때이다.

2007.01.16 ⓒ 김성훈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