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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몬드라곤의 교훈

이일영

이일영 / 한신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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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이 붐이라고들 한다.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래 올해 6월까지 7개월 동안 1461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한편에서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안’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보조금이나 정책지원을 노린 유사 협동조합의 난립을 우려하기도 한다. 아직은 ‘대안’을 운위할 단계는 아니고 신중한 태도로 다양한 경험과 구체적인 성과를 쌓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협동조합 조직의 장단점에 대한 평가도 객관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영역도 많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시장경제나 투자자기업을 전면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협동조합이 걸어온 길

 

협동조합은 투자자가 아닌 소비자나 생산자가 소유자인 조직형태다. 소비자가 지분을 투자해 소유자가 되는 조직이 소비자 협동조합이고, 생산자가 지분을 투자하는 경우는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소유자는 조직이 거둔 수입 중 비용을 제하고 남은 잔여소득만을 취하게 된다. 협동조합은 이 잔여소득을 후원의 원리 또는 조합 활동에 기초해서 분배한다. 협동조합은 인적 결합을 기초로 조직되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 분배를 평등화하는 기능을 비교적 잘 수행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정형은 1844년 영국 로치데일(Rochdale)에 설립된 조합에서 기원한다. 당시 랭커셔 지방의 직조공 28명은 소비자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식품점을 개설하였다. ‘로치데일 조합’은 조합원이 1만명을 넘어 성공을 거두자 도매 부문에도 진출하여 큰 수익을 올렸으며, 수익의 많은 부분을 교육 및 자선 사업에 기부하였다. 조합원들이 투자한 자본에 대해서는 고정된 이자를 지불했으며, 이익금은 구매한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협동조합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에 관한 논의에서 항상 지적되는 것이 ‘모호하게 정의된 재산권’ 문제다. 재산권이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선택을 자유로이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협동조합은 소비자나 생산자가 소유자이기 때문에 재산권이 넓은 범위로 희석된다. 이 때문에 투자와 혁신의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경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은 역사적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것은 투자자 소유의 대기업 자본주의였다. 국가사회주의에서도 위계적 대기업주의가 수용되었고 협동조합은 위계적 국가체제의 부속물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혁명 후 레닌은 협동조합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나 스탈린 이후 협동조합은 껍데기만 남은 존재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방대한 규모로 형성되었던 인민공사 체제는 농민의 자립성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몬드라곤그룹의 ‘성공’ 사례

 

이러한 와중에 협동조합 기업이 ‘대안’으로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에스빠냐의 ‘몬드라곤그룹’이다. 대부분의 협동조합 기업이 주변적·보완적으로 존재하거나 국가체제의 부속물이었다면 몬드라곤그룹은 에스빠냐 경제 안에서 자립적·대안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몬드라곤그룹은 생산자 협동조합을 기본으로 하여 그 자회사, 계열사 등 260여개 기업들의 네트워크인데, 2011년 매출액 기준으로 에스빠냐에서 11위를 차지했다(2010년에는 8위). 몬드라곤그룹은 2011년 현재 83859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에스빠냐 바스끄 지역의 협동조합 문화를 견인하고 있는 핵심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몬드라곤은 다른 협동조합 ‘기업’들에 비해 뚜렷한 ‘성공’(물론 보다 근본적인 ‘협동조합’주의자들은 ‘성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을 거둘 수 있었을까? 필자는 몬드라곤의 성공 요인이 산업경영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바스끄 지역은 에스빠냐에서는 오히려 예외적으로 16세기 이래 강력한 산업화 전통을 가진 곳이다. 몬드라곤 사람들은 혁신·투자·리더십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1941년 에스빠냐내전으로 폐허가 된 몬드라곤에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 신부가 부임해왔다. 그는 종교적 영성과 함께 사회경제적 문제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교육과 혁신을 중시하여 1943년 직업기술학교를 설립했고 여기에서 배출된 인물들이 1950년대 중반 첫번째 협동조합기업을 조직했다. 기술적·조직적 측면에서 교육과 혁신을 중시하는 전통은 몬드라곤그룹의 핵심적 특징이다. 현재 몬드라곤그룹은 3개의 비즈니스 그룹과 1개의 지식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그룹은 혁신의 동력 역할을 수행하는데, 여기에는 몬드라곤대학, 14개의 R&D 센터, 경영 및 협동조합 개발센터(Otarola)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몬드라곤은 일찍부터 투자와 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1959년 협동조합은행(당시 명칭은 까하 라보랄이었는데 최근 꾸차은행을 인수합병하여 라보랄 꾸차로 명칭을 변경함)을 설립하였는데, 협동조합 운영자금 융통, 협동조합 창업 자금 조달, 협동조합 기업 경영 컨설팅 등의 기능을 통하여 몬드라곤그룹의 발전에 필요한 자금과 노하우를 제공했다. 유럽통합의 진전과 함께 금융감독 요건이 강화되면서 협동조합 지원 업무에 일부 제한을 받게 되었지만, 이제는 금융 및 공제·보험 부문에서 선발자의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안’되기 위해선 적응과 혁신 필요

 

지금까지 몬드라곤그룹은 평등주의와 산업경영 능력을 잘 결합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모든 경제조직이 그런 것처럼, 몬드라곤 역시 향후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몬드라곤은 현재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당면한 경제위기는 심각한 어려움이다. 유럽과 에스빠냐의 위기로 몬드라곤그룹도 2007년 이래 고용과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일부 공업부문에서는 30% 이상 매출이 축소되기도 했고 폐업이 불가피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적립금 출연 축소, 임금 삭감, 조기 퇴직, 재배치, 정리해고(비조합원), 연대기금 축소, 일부 기업 폐쇄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비조합원에 대한 정리해고, 비조합원의 규모 등과 관련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둘째, 글로벌화의 도전이 있다. 지금까지 몬드라곤은 글로벌화의 추세에 잘 적응해온 편이다. 몬드라곤은 글로벌 생산네트워크를 적극 확대함으로써 생산의 공업생산 매출 수입의 2/3 정도를 국외에서 얻을 수 있었다(2010년 63%). 그러나 해외의 질적 문화 속에서 경영과 노동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시에 해외생산의 협동조합화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셋째, 산업, 특히 제조업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방식의 급격한 유연화, 디지털 매뉴팩츄어링의 발전, 바이오산업에서의 R&D 협업 생산, 로봇 사용의 증대와 노동투입의 감소, 보다 개인화된 생산 등 ‘제3차 산업혁명’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흔히 협동조합은 공유경제의 특징을 지닌다고 하지만, 새로운 산업현상에 부합하는 산업경영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몬드라곤이 그런 것처럼, 다른 협동조합들도 ‘대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응’과 ‘혁신’의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민주적 지배구조를 지닌 경제조직도 경제위기, 글로벌화, 기술혁명의 도전을 비켜갈 수 없다. 동물들도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크게 자기 모습을 바꾼다고 한다. ‘대안’이 될 수 있으려면 호변(虎變)과 표변(豹變)의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2013.7.1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