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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정책 1년, 평가와 과제

조영철
조영철

조영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자유주의 확산의 전도사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폐해를 반성하면서 소득분배의 중요성, 포용성장론, 임금주도성장론 등을 강조한다. 한국의 보수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성장론이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거라면서 조롱하지만, OECD는 재벌기업 주도의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면서 한국정부에 포용성장 정책을 권고하고, IMF도 사회안정망 강화, 소득불평등 완화와 내수 확대 등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중산층 이하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을 16.4% 인상시켰다.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대란이 발생했다고 과장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그렇지 않다는 통계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과장된 최저임금정책의 부작용

 

최근 취업자 수 증가가 10만명, 7만명 수준으로 저조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내수 침체의 결과로 보인다. 5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률이 77%인 30~40대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명 감소했고 고용률이 42%인 60대 이상 인구는 53만명 증가했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과거처럼 취업자 수가 늘기 어렵다. 또한 박근혜정부 때 경제성장은 ‘빚내서 집 사라’는, 부채 주도의 부동산·건설 경기 부양에 의존한 것이었는데, 최근 부동산 안정화에 의한 건설경기 둔화로 일용직 등 건설업 고용이 감소했고,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이 매출 타격을 받음으로써 버티기 힘들어진 업체를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16.4% 대폭 인상되었지만 적용범위가 하위 20%의 임금근로자에 불과해 전체 가계 관점에서 보면 소득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 한해 약 7조원 정도의 임금소득 증가가 기대되는데, 이것은 전체 임금소득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가계소득이 증가하려면 최저임금 외에 다양한 정책 조합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정책은 과감하게 치고 나간 반면 다른 정책들은 지지부진한 결과, 최저임금정책이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면서 최저임금의 부작용이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분명 부족한 부분들

 

정부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 완화를 위해서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상승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추는 시행령 개정 등을 했다. 그러나 궁중족발 사태에서 보듯이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계약갱신청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상가임대차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는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가계소득 증가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가계소득을 높이려면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혁신성장을 통해서도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만, 의미있는 규모의 일자리 창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재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소비 비율이 외환위기 때보다도 낮을 정도로 구조적 소비 침체 상태이다. 더욱이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 있는데도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 거시경제는 지금 높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율 상태로 총수요 확대 정책이 필요한 전형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거시경제정책은 확장적 재정정책뿐이다.

 

작년에 2018년 예산을 좀더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면 내수 확대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좀더 잘 흡수할 수 있었을 테고, 문재인정부는 지금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정부 지출 중 복지예산 비율은 한국이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나 재정여력 등을 감안할 때 사회복지 지출이 지나치게 작은 복지억압국가다. 한국은 재정여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자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며 이는 IMF가 권고하는 바이기도 하다. 실업률은 높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면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듯이 정부는 당연히 완전고용 달성을 위해서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써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2019년 예산안 편성시 재정적자를 과감하게 수용하면서 사회복지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재정 전략을 펴야 한다.

 

사회복지 확대를 중요한 축으로

 

노인 빈곤, 청년들의 결혼 기피, 저출산, 여성 경력단절, 모험정신 쇠퇴, 양극화·불평등에 의한 소비침체 등에서 벗어나려면 사회복지 확충이 절실하다. 양육수당, 기초연금, 실업급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사회복지 강화는 이전지출을 통한 사회간접임금을 높이고 의료비 지출 등 생계비를 낮춰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

 

한국은행의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보건복지 분야의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크다. 한국은 사회복지 지출이 적기 때문에 당연히 보건복지 분야 취업자 비중도 7.7%로 다른 OECD 국가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보건복지 분야 취업자는 약 200만명 수준인데, 사회복지를 중장기적으로 OECD 평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리면 일자리가 대규모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때 저임금 일자리가 아니라 중간임금의 괜찮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간임금 일자리가 대거 만들어지면 노동이동을 통해서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고 영세자영업의 과잉진입, 과당경쟁도 완화되며 가계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이 본격화할 것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사회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국민들이 사회복지 확대의 효능감을 느끼고 세제 개혁을 통해서 조세정의와 형평성이 제고되었다고 판단하면 증세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사회복지 확대, 부동산 가격 연착륙과 주거안정, 기술 탈취·단가 후려치기·일감 몰아주기 등을 방지하는 공정경제, 비정규직 차별 금지, 근로감독 강화와 노조조직률 확대, 소득분배 개선 등이 제대로 진행될 때 소득주도성장은 성공할 수 있다.

 

조영철 /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2018.7.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