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라오스 댐 붕괴의 비극과 한국의 책임

김소연
김소연

김소연

라오스 아타푸주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으로 건설되었던 보조댐이 7월 23일 무너지며 5억톤의 물이 하류 마을을 휩쓸었다. 뉴욕 맨해튼 전체가 8.5미터가량 잠길 수 있는 양이다.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갔던 태국 공영방송 PBS는 피해상황을 츠나미에 비유하며 재앙에 가깝다고 보도했고, 라오스 정부는 공식발표에서 사망자 최소 39명, 실종자 120명 이상, 이재민은 댐 하류의 캄보디아 북부 피해지역까지 합쳐 6천명 이상이라 전했다. 사고 후 계속되는 호우와 홍수로 추후 복구에 최소 7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그런데 댐 붕괴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국경을 넘었던 몇몇―특히 태국―방송기자들 외에는 라오스 정부가 외신기자들에게 입국금지령을 내린 것을 비롯해, 심각한 언론통제와 피해정황의 축소보도, 사업자들의 정보공개 거부 등으로 현재까지도 정확한 피해규모와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해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태국 구조대원들이 추정하는 사망자수에 비추어볼 때도 정부 발표의 축소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 공식 통계에 의하면 피해지역에 살던 주민은 댐 붕괴 전 약 7천명이었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에 실린 구조대원의 인터뷰에 의하면 현재는 5천명 정도만(유엔 자료에 의하면 4300명 정도) 피난소에 체류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라오스 정부의 엄격한 통제하에서 『가디언』의 인터뷰에 익명으로 응한 그들은 정확한 숫자를 밝히진 않았으나, 자신들이 지금까지 거둔 사망자의 시신만 하더라도 ‘공식수치’인 39명보다 훨씬 웃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이재민의 경우도 심각하다. 라오스와 댐 하류의 캄보디아 북부 피해지역을 합친 숫자가 보도되고 있으나, 캄보디아 이재민만 해도 약 1200가구(1가구당 4명 계산, 약 4800명 추정)라는 현지정보가 있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에는 라오스 정부가 적십자 등의 국제구호단체에 미디어가 접촉하는 것을 금지했고, 태국과 라오스의 150여개 구호단체에 활동을 중단하고 피해지역을 떠나라는 명령을 내림에 따라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기란 매우 난망하다.

 

한국 언론의 침묵, 그리고 한국 차관의 핵심적 역할

 

이렇게 많은 현지 주민들이 사망·실종되고 삶의 터전을 잃었음에도, 시공사 SK건설의 존재로 사태와 밀접한 한국에서는 정작 이 댐 사업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심도있고 다각적인 분석은커녕 최소한의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이러한 언론의 ‘침묵’은 한국인 혹은 한국 기업의 피해가 없으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문제가 있다면 가리고), 그렇게 ‘기사거리’가 아닌 것은 보도하지 않는 관례와도 관련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언론의 보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제한적이다. 그 내용 또한 댐이 왜 붕괴했는지와 관련해서 SK건설의 책임 및 사후 보상비용 문제에 국한될 뿐이다. 이렇게 사태를 단지 댐 붕괴의 문제로 한정해서 보는 태도는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한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은 결론적으로 라오스 정부의 참여를 가능케 한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차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사업은 발전소의 설계, 조달, 시공을 맡은 SK건설(지분 26%), 발전소 건설 후 27년간 운영과 관리를 담당할 한국서부발전(25%), 자국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태국 라차부리(25%), 라오스 투자공사인 LHSE(24%)가 공동출자하고, 태국 민간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동투자하여 10억불의 총사업비를 조달한 성공적인 민관협력(PPP)사업으로 칭송받았다. 이렇듯 ‘완벽한’ 자금조달에는 한국의 ODA 차관과 태국 정부(수출입은행)가 지원한 공적금융의 역할이 컸다. 세 정부의 기관 참여가 라오스처럼 투자위험이 큰 지역에서는 ‘보증’(guarantee)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많이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작년 라오스에 이미 댐 붕괴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대형 수력발전 사업자들은 그 사건 이후로 아무런 조치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재앙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두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국익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정부와 사업자가 스스로 만들고 공개한 소기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일궈내고 있는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ODA 관련 문서에 수없이 등장하는 ‘국익’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국제관계에서 원조가 외교의 도구로써 ‘국익’ 추구를 위해 이용되어왔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2017년 7월에 발표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주요과제 목표에서 ODA는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프라 사업 등 우리나라의 해외진출을 통해 국익에 기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목표와 기대효과는 어떻게 보면 ‘심증’에 지나지 않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되는지에 대한 ‘확증’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국익은 한국 기업의 이윤확대와 같은 뜻으로 읽힌다. 그럼 국민의 혈세를 담보로 일궈낸 이윤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되고 끝나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이러한 부분에 관한 논의도 가이드라인도 전혀 없다.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만큼 여타 공공사업과 같이 적어도 준수하고 유의해야 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정도는 있어야 한다.

 

또한 세남노이-세피안의 경우, 라오스와 댐 하류 국가 주민의 생계 파괴, 그로 인한 정치경제적 혼란 가중, 사업 중지·지연으로 인한 손실, 댐 붕괴로 인한 한국 기업 및 ODA에 관한 신뢰도 실추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일본의 우익 미디어는 이 사태를 두고 한국 기업의 부실시공과 부도덕성을 집중보도하는 등 한국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본 기업이었다면 절대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덧붙인 바 있다. 국익이 ODA의 목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귀결이 한국 기업의 이윤확대인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국익’에 대한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후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이 서 있어야

 

둘째는 ODA 차관으로 지원된 사업에서 이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한국 정부는 어떠한 사후 조치를 해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이다. ODA 차관으로 지원된 대형 인프라 개발사업에서 부실공사가 문제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ODA 차관이 지원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인 베트남 밤콩 교량에서도 최근 균열이 발견돼 난항을 겪고 있다. 완공 후 발견되었다면 또다른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ODA 차관 지원 결정시, 기술적·경제적·정책적으로 타당성을 조사하는 사업타당성심사 지침과 사회환경영향심사를 위한 세이프가드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재앙을 가져온 이번 라오스 사업의 경우 시공 중인 댐이 어느 정도의 강우량을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술적·환경적 분석이 충분치 않아 이 두가지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이는 또한 효율적 ODA 사업 수행이라 볼 수도 없다. 지난 18년간 이 지역의 강우량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일년 중 7~8월에 호우가 집중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국민의 혈세가 사용되는 ODA 차관으로 지원된 사업의 사후관리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투명성과 책무성 같은 단어가 제기되기 마련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 정부의 ODA 차관 지원이 있었기에 이러한 대형 인프라 사업이 가능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지원되는 사업의 타당성 심사 과정과 사후관리를 위한 세이프가드·가이드라인을 조속히 개선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강화하는 일은 시급하고 더이상 미룰 이유도 없다.

 

김소연 /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2018.8.29. ⓒ 창비주간논평

 

ⓒ커버이미지: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