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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장관 교체를 바라보는 시각

윤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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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제2기 내각구성을 위한 교체 대상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포함되고 민주당 소속의 유은혜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불과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을 교체키로 한 조치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개각이 논의될 때마다 교육부 장관이 교체 대상에 포함될 것인가가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어왔고, 특히 최근 입시제도 개편과정에서 보여준 교육행정의 난맥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교육부 장관 교체, ‘심기일전이냐 토사구팽이냐

 

그러나 교육 분야만큼 단기간의 실적보다 좀더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마련하는 일이 긴요한 분야도 없거니와 정권초기는 그 백년지대계의 초석을 놓을 적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 수장의 이른 교체는 단순히 행정상의 무능력이나 혼선 탓으로 돌리기 힘든 면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김상곤 장관은 민교협과 교수노조 같은 진보적 교수단체의 원로이자 교육계에서 진보개혁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져왔다. 실제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교육정책을 총괄했고 그의 입각은 공교육 강화와 평준화 등 진보적인 교육의제들을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로 읽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 부문에서 이렇다 할 개혁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교육부 수장이 정치인으로 교체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의 의미를 ‘심기일전’이라는 말로 정리했지만, 교육부 장관의 경질을 두고 일각에서 ‘토사구팽’을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교육부 장관의 경질이 문책성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엇에 대한 ‘문책’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촛불정권으로 일컬어지는 이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이라면 마땅히 교육현실에 구조화된 불평등을 해소하고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전 교육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성을 높이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초석을 놓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실제로 정권 출범 이후 정부는 공교육 강화와 대학 서열구조의 완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건설이나 사립대의 공영화를 혁신 방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김상곤 교육부에서 전자는 ‘장기과제’라는 이름으로 유보되고, 후자는 시범사업으로 축소되어 거의 명목상으로만 추진되던 끝에 최근 시범사업조차 예산 전액이 삭감됨으로써 사실상 난파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개혁과제 추진에서의 미진함이 교체 이유인가? 그렇다고만 보기 힘든 것이, 혁신 방안의 좌초가 장관의 역량 부족 탓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 정부가 이를 추진할 의지와 실력을 갖추었는지 회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논란만 키운 입시제도 개편’, 서열화 혁파가 우선

 

교육 부문의 가장 큰 국가적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구조조정 정책부터가 그렇다. 정부 출범 초기에 김상곤 장관 체제의 교육부는 진보개혁 진영에서 일관되게 비판해오던 박근혜정부의 ‘기업체식’ 대학구조조정의 틀을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 인구감소로 불가피해진 대학 규모 축소의 위기는 그동안 한국 교육의 병폐였던 과도한 서열구조를 완화하고 사학 중심의 대학체제를 공공적인 대학 중심으로 재편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부가 전국 대학을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하위권에 조정을 집중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주로 중하위층 출신 학생들이 수학하는 지방대와 전문대의 몰락이 가속화되면서 서열구조는 더 굳어지고, 대학이 사회 불평등구조를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추세도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민교협을 비롯한 진보교육단체들이 지난겨울 한달 가까이 청와대 앞 철야농성을 진행한 것도 이 정책방향에 항의해서였다.

 

교육혁신의 적임자로 여겨지던 초대 교육부 장관의 이같은 실패는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혹자는 현실정치의 한계를 지적하고 관료주의의 강고한 벽을 언급하면서 김상곤 교육부의 무기력을 변호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것이 교육수장의 지도력이나 추진력의 부족에 그치지 않고 현 정부가 교육부문의 기득권구조를 혁신해낼 역량과 의지가 부족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가능성이다. 장관 경질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의 혼선만 해도 그렇다. 입시제도에 대한 뚜렷한 정책방향을 세우지 못한 채 ‘여론’에 맡긴 것부터가 파탄의 출발이었으며 그 결과 헛된 논란과 낭비만 초래했거니와, 더 큰 문제는 입시제도를 둘러싼 이 소동이 더 근원적인 문제를 숨기는 결과를 빚는다는 점이다. 대학입시제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뇌관’이 된 근저에는 과도한 대학 서열화 체제와 일류대 진학욕구에 바탕을 둔 공교육의 왜곡이 있다. 서열화 혁파를 위한 정책 마련 없이 입시제도 개편에 매달리는 것은 본말을 전도한 격이며 서열화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호도하고 있을 뿐이다. 서열구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혁신방향이 분명히 제시될 때에야 비로소 입시를 둘러싼 과도한 논란도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다.

 

명확한 장기구도를 마련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국사회의 불평등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촛불혁명이 문재인정부에 부과한 가장 큰 책무의 하나라면 지금이라도 국정과제로 제시한 서열화 완화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정책 및 재정배분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유은혜 내정자는 6년이 넘는 오랜 교육위원회 활동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교육현안들을 조정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고, 사학비리 문제 등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크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해관계의 조정도 중요하고 사학비리 척결도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교육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김상곤 장관이 하지 못한 일, 즉 분명한 교육개혁의 비전을 확립하고 일관되게 이를 추진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향후 10년 이상 진행될 대학 구조조정의 방향을 재검토하여 서열구조와 사학 중심의 대학편제를 개편할 장기구도를 마련해야 한다. 김상곤 장관 체제의 실패는 또한 교육개혁 과제에 대한 정권 차원의 실패이기도 하다. 한국 교육의 구조적 병폐를 청산할 근본적 변화의 토대를 이번에도 구축하지 못하고 여론의 이름을 한 기득권의 목소리에 휘둘린다면, 그것은 두고두고 이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앞으로 임명될 새 장관은 그야말로 심기일전 촛불정신에 입각하여 교육개혁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다.

 

윤지관 / 덕성여대 교수

2018.9.1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