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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닮은 사람

유병록
유병록

유병록

가깝게 지내는 직장 동료와 저녁을 겸해서 술을 한잔했다. 일곱해 가까이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한 그가 말했다. 아무래도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무엇을 하려는 계획이냐고 물었다. 회사를 그만두고서 고민해보겠다고, 일단은 쉬고 싶다고 말했다. 술잔을 기울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쓸쓸한 마음으로 그와 함께한 시간을 돌이켜보다가, 도대체 회사란 무엇인지 직장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직장이란 무엇인가

 

회사는 ‘일하는 곳’이다. 회사가 직원을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을 내기 위함이라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익과 효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개인의 기본권을 무시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강압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서다. 그래서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묵묵히 참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무래도 협력과 연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이 널리 퍼지면 나란히 앉은 동료끼리 경쟁하고 같은 사무실을 쓰는 팀끼리 경쟁하고 한 회사에 속한 서로 다른 부서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다. 누구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할 테고 누구는 그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할 것이다.

 

인정한다. 나도 회사는 일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경쟁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뿐이라면 얼마나 삭막하고 막막할까. 말을 조금 보태어, 회사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이면 좋겠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함께 일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나이, 직급, 성별 등과 무관하게 서로 마음과 생각을 나누며 벗이 되는 공간이면 좋겠다.

 

회사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좋은 인재를 뽑아서 적절한 곳에 배치하면 모든 일이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나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뜻은 어쩌면 모든 게 사람의 일이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게 사람의 일이라면, 우리가 그렇게 믿는다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떠나는 사람들, 남은 사람들

 

회사에 다니다보면, 경쟁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협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회사를 그만둘 때다.

 

여러 불가피한 사정들을 무시하고 조금 거칠게 나누자면, 경쟁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했거나 패했을 때 회사를 떠난다. 그들은 경쟁에서 패했을 때 더이상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해서 그만둔다. 승리했을 때 역시 더 큰 경쟁, 더 큰 승리를 위해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에 그만두려는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이 아팠다. 그가 경쟁에서 승리해서 더 큰 승리를 위해, 더 많은 연봉과 더 높은 지위와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직장을 떠날 때는 그저 미래를 응원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마음의 동요가 크지 않았다.

 

협력을 우선하는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는 협력이 불가능해졌을 때가 많다. 부단히 노력하고 애썼지만 더이상은 협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그 노력이 별다른 소용이 없어서 지칠 때 그들은 사표를 던진다. 협력을 선호하는 사람이 회사를 떠날 때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협력이 불가능한 곳인가, 나는 협력을 우선하는 사람이었나, 어쩌면 협력이 불가능했던 데 내 책임도 있지 않나, 생각했다. 씁쓸하고 쓸쓸해졌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 중에는 유달리 경쟁을 즐기는 이도 있고 눈에 띄게 협력과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사이를 오가는 것 같았다.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한 동료는 맑고 다정하고 강건한 사람이다.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같은 사람이다. 회사를 떠나는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쓸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이렇게 글을 쓰며 그 마음을 다스릴 뿐이다.

 

유병록 / 시인

2019.1.30. ⓒ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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