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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연재

26회

황의 폭력은 간헐적으로 지속되었다.

그는 꼼짝하지 못하도록 소영의 몸을 벽 구석에 몰아넣고 주먹을 사용하여 때렸다. 때리면서 끊임없이 욕설을 쏟아냈다. 그 말들은 여성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증오와, 소영에 대한 분노 사이를 오갔다. 특기할 것은 황이 갑자기 주먹질을 멈추고 표정을 싹 바꾼다는 점이었다. 때리기를 멈춘 그는 온몸에 힘이 풀리는 듯 스르르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맥없이 중얼거렸다. 미안하다는 것이었는데, 소영에게 그 말이 제대로 들릴 리 없었다. 그녀는 이미 정신을 잃었거나 정신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 해요. 내가, 미쳤, 어요. 분질러진 말들이 간혹 붕붕 이명처럼 닿을락 말락 할 때에 소영은 필사적인 힘으로 귀를 오므려 닫았다. 들어서는 안 되었다. 미안하다는 말은 얼마나 편리한가. 얼마나 잔인한가. 턱이 덜덜 떨려서 소영은 윗니와 아랫니를 힘주어 꽉 다물어야만 했다. 숨을 쉬면 목구멍에서 핏물이 역류하는 냄새가 났다.

사랑한다고, 황이 말했다.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했다. 그 순간부터였다. 소영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혐오하게 된 것은.

그녀는 끊임없이 도망치려 했고 그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다.

황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소영이 계속 그 집에 머무르는 것. 그 집에 그대로. 그것은 자신의 손이 미치는 곳을 의미했다. 그 전제조건만 지켜준다면, 그녀 마음대로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는 소영을 보기만 하면 될 뿐, 다른 것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릴 때 말고는 그녀의 손끝도 건드리지 않았다. 성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영의 외출은 황과 함께 아니면 그의 기사와 함께 나갈 때에만 허용되었다. 혼자 현관을 나서려고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황의 기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덩치가 황의 두배에 가까운 그 남자는 정중하지도 경박하지도 않은 태도로 소영을 대했다. 그 남자는 마치 보디가드처럼 어디를 가든 몇발자국 뒤에서 소영을 따라왔다.

왜 하루빨리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화장실 창문을 열고서라도 아래로 뛰어내렸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그것이 힐난의 어조가 아닐지라도 소영은 다시 한번 턱을 악물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 혀끝에 고였던 핏물이 바깥을 향해 솟구쳐오를 것이다.

폭력과 폭력 사이의 시간은 무성의하게 치대다 던져둔 밀가루 반죽의 형태로 지나갔다. 그 기간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자신이 이미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소영이 어떤 탈주의 기미도 없이 묵묵히 지내면 황의 감시도 누그러졌다. 그런 것도 일상이라 칭할 수 있다면, 폭력이 멈춘 일상 속에서 그는 마음 넓은 큰삼촌처럼 너그럽고 다감하게 굴었다. 어떤 평화는 굴종을 댓가로 얻어진다는 것을, 몰라도 좋았을 것이라고 소영은 종종 생각했다. 그것이 진짜 평화인지 아닌지를 면밀히 따져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너무 버거웠다.

어느날, 아침 일찍부터 황이 왔다. 그는 직접 쇠고기미역국을 끓이고 잡채를 만들었다. 냄비 가득 끓는 미역국을 보면서도 소영은 그날이 무슨 날인지 떠올리지 못했다. 마주앉아 밥을 먹기 전에 황이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다. 소영은 그에게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 가르쳐준 적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소영은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 입안으로 가져갔다. 덜 풀어진, 뜨거운 미역이 무방비 상태로 입안에 들어찼다. 욕지기가 치밀었다. 가지고 싶은 게 무엇인지 황이 물었다. 소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황이 재차 물었다. 소영은 컴퓨터가 필요하기는 하다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집에서 공부를 하려고 해요.”

황의 이마에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걷혔다. 그가 사온 것은, 고사양의 노트북이었다. 2004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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