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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金言

1973년 부산 출생.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등이 있음. kimun73@daum.net

 

 

 

고향

 

 

옥상에 올라가면 서울 시내가 다 보일 것 같은 곳에서 여름을 보냈다. 지하로 내려가면 이 도시의 냄새를 다 마실 듯한 곳에서 또 여름을 보냈다.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지하에서도 여름은 그치지 않고

여름을 보낸다. 아무런 의지도 없이 여름은 간다. 겨울이라고 달라질까. 이 여름의 냄새가 이 여름의 오갈 데 없는 밤하늘이 왜 밤인가 올려다보면

올라가는 연기밖에 안 보인다. 연기가 닿는 곳밖에 안 보인다. 더 닿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고향일 거라는 생각 버리고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향의 이름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부산을 더듬는다. 내가 왜 떠나왔는지 도무지 모를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그것도 가족이라고 살고 있는 너의 뱃속이 궁금하고 네가 어떤 뱃속에서 나왔는지 궁금하고 너무 일찍 젖을 떼버린 너의 출신성분도 궁금하지만 고향은 하나다. 연기가 올라갔다가 닿는 곳.

나는 그걸 칼로 끊어내고 있다. 생각보다 질긴 그 연기를 다 썰어낸 다음에도 남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여름이 길다. 토막토막 잘라도 냄새가 난다. 냄새 때문에 연기는 하늘에 닿는다. 아니면 보이지도 않는 그것을

또 어디서 삼키고 뱉을 것인가. 어쩌다가 나오는 한숨은 더럽다. 고향보다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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