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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徐孝仁

1981년 광주 출생.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년 동안의 세계대전』이 있음. seohyoin@gmail.com

 

 

 

연희동

 

 

전두환이 잘 간다는 빵집에서 케이크를 샀어.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뒤에 이름을 아삼아삼 얼버무리며 우리는 얼른 촛불을 끈다. 오늘이 생일인 여자애는 암살단의 일원과 연애를 했었다고 한다. 혁명적 연애였어? 폭소가 반짝 일어나다 가라앉는다. 도대체 몇살 차이야? 잠시 폭동이 일어난 거라고 너는 말했다. 전두환은 명절이면 동네사람들에게 금일봉을 돌렸다고 해. 카드를 내밀며 여자애가 말한다. 통이 큰 사람이네. 암살은 실패했고 노인은 빵도 케이크도 잘 씹어 삼킨다. 우리는 셋인데 그들은 몇일까. 암살단이 몇명인지는 아무도 몰랐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저택 앞에는 경찰이 둘 의경이 둘, 저택 뒷골목에는 의경만 둘이었다. 까페와 중국요리집 사이를 불발된 폭죽처럼 비틀비틀 지나갔다. 좀 취한 건가. 생일이니까 괜찮다고 대답한다. 손에는 케이크를 자르던 플라스틱 칼이 있다. 다른 손으로 손에 손을 잡고 담을 넘는다. 담을 넘어서, 담을 넘는데,

 

 

 

진주

 

 

지난 주말에는 누가 동네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두 근을 떼서 먹었다. 수육용이요, 비계는 싫어요, 했을 뿐인데 돌인지 고기인지 알 수 없는 돼지가 몸을 털었다. 이번 주말에는 누가 기차를 타고 진주에 갔다. 옆자리에는 지난번 그 정육점 주인이 탄 것 같은데 그때 감히 따지지 못했던 고객으로서의 품위와 권리 같은 것이 떠올라 백정처럼 분해지는 것이다. 진주에 도착할 때까지 분한 마음으로 졸다가, 창밖을 보다가 그러다 말았다. 왜 질긴 돼지고기를 성토하지 못한단 말인가. 졸리지도 않으면서 눈꺼풀을 닫은 채 진주에 닿았다. 작년 여름에는 다니는 회사에서 누가 노조를 만들다 보기 좋게 실패했다. 돼지고기에 술추렴하며 몸을 털었다. 진주에 도착하니 남강이 보이고 강에서 부드러운 비계 같은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정육점 주인이 날아가고 없다. 어디 갔지? 어디 갔노? 흩어지고 없었다. 질긴 고기처럼 입을 다물고 돌덩이처럼 자리에 앉아서 전화도 받고 서류도 쓰고 했다. 문득 관광객의 품위와 권리가 떠올라 남강에 몸을 비추어 보았다. 뒤에서 그가 칼춤을 추고 있었다. 그 곁에 돼지와 접 붙는 내가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