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김지율 金知栗

1973년 경남 진주 출생. 2009년 『시사사』로 등단. kimhsuk2790@hanmail.net

 

 

 

빨간 컨테이너

 

 

누가 있는 것 같아

저 안에,

내가 움직일 때마다

새가 움직인다

 

누군가 저 안에, 있잖아

새는 나를 보고

테이블을 본다

 

동시에 불에 타고 물에 잠기면서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떠내려가고 있었다

 

붉은 목소리를

꽉 물고

뼈와 뼈 사이

마른번개가 친다

 

저 안에 누군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

 

남아 있는

한쪽 눈에서

움직이는 새가

나를 쳐다본다

 

저 안에 또,

누가

 

 

 

여기서 이러시면

플랜킹

 

 

고객님의 취향에 맞게 최고의 품질과 써비스로 만족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립전도서

 

완벽한 단열과 밀폐로 냉기 손실이 적습니다 다시 발가벗어야 할지 용서를 빌어야 할지 복불복! 손발을 깨끗이 닦으세요 재미없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집니다 걱정마세요 뚜껑을 열면 신기열전이 쏟아질 거예요 털은 다 밀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길하고 다같이 쓸쓸했어요 쾅쾅 문을 두드리면 옆 사람들이 뛰어올까요 벽을 긁으면 어떤 분노가 사라지나요

 

이 길은 누군가의 입으로 이어지고*

 

뽑힌 손톱과 잘린 손가락은 정리하겠습니다 눈 감으세요 새로운 구름은 착각이에요 나쁜 시력이 아니라니까요 불온한 상상은 금물입니다 정말 여기가 끝인 거죠 눈을 감으면 언제나 차가운 비명은 저였어요 마지막 유언만 말씀하세요 먼 곳에서 큰 가방이 들어온다 밤새 아무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잠깐만요 뭔가 한조각을 두고 온 것 같아요

 

사실

 

한번 꺼낸 심장을 어떻게 다시 넣겠어요 고객님, 제발 여기서 이러시면,

 

 

--

*일본의 시인·소설가 하치카이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