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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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아 沈智兒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로라와 로라』 등이 있음.

raindropsgarden@gmail.com

 

 

 

가연성

 

 

겨울을 들여다보며 여름을 씻고 있었다

여름은

 

고요해졌다

 

고요가 장소 같다면

 

여름은 너무 많은 장소다

 

 

 

신발의 눈을 꼭 털어주세요

 

 

0.

그림자와 바닥이 나누는 대화에는

살이 없어서 빗자루로 슬슬 쓸려도

간지럽혀지지 않는다

 

0.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설탕 가루처럼 졸음이 내린다

 

0.

졸음의

졸음 섞인 저울 위에서

 

무게가 흔들린다

방향을 묽게 하는 방향들처럼

 

0.

비보호

 

라는 단어는 흥미롭다

 

0.

안전 운행이라는 단어도

 

0.

짧은 가을이었고

가을은 가을의 맛이 났고

순한 맛의 날씨였기에

 

의문이 남겨졌다

 

0.

사다리가 있다는 것은

마음을 말하는 한가지 방식

 

0.

높낮이가 없어서

 

사다리가 흥미로워진다면

 

0.

이야기는 드물게 살아가며

 

의문은 피부와 같아서

나의 피부는 전개된다

 

거처처럼

거처의 없음처럼

 

불행은 이상한 통로가 되었다

 

0.

지루함도 없이

겨울이 열어놓은 문장

 

0.

수평의 느낌이 쏟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