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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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극 金南極

1968년 강원 봉평 출생. 2003년 『유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너무 멀리 왔다』 등이 있음.

namkeek@hanmail.net

 

 

 

입동

 

 

중장비 일을 하는 후배가 김장을 했다고 수육에 소주 한잔하러 오라고 했다 얼른 앞집으로 건너가 문을 두드리니 늦게 얻은 아들이 문을 열면서 인사를 한다

 

손에 포크레인이 두대가 들려 있다

 

이게 뭐니?

육떠블 포크레인요

그럼 이건?

공투요

 

수육이 식어서 흰 기름기가 보일 때까지 중장비 사업의 실태와 이윤과 정부 조기 폐차 보조금에 관한 이야길 듣다가 돌아보니

그 늦게 얻은 아이는 여전히 포크레인 두대와 함께 세상을 퍼내고 퍼 싣는 놀이를 하고 있다

 

포크레인이 좋아?

포크레인 몰고 가는 아빠가 멋있니?

네, 아빠가 제일 멋있어요

 

나는 언제 아빠가 멋있었나 생각하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득하다

 

들고 간 술을 다 비우고 문을 나서는데 그 아이가 포크레인을 꼭 안고 인사를 한다 안녕히 가시라고

 

내일이 아버지 기일이다

열여덟번째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픈

 

 

마음이 아파도 몸은 안 아픈 시절이 있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해장술을 한잔하던 시절에 나는

 

언젠가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플 때가 오리라 예감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상에서 견디는 생활은 마음 아픈 일투성이

 

세월호는 인양하지 못했고 어린 노동자의 죽음도 막지 못했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픈 시절이 왔다

 

돌이켜도 소용없는 시간

 

초저녁 마신 술을 견디지 못해 자다 일어난 축시(丑時) 무렵

 

별이 가득한 하늘을 내다보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별이 가득한 하늘 보며 아픈 몸도 주물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