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박준 朴濬

1983년 서울 출생.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등이 있음.

mynameisjoon@hanmail.net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니 글쎄 그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나무젓가락만 쪼개놓고 그냥 갔더라니까. 무침이랑 편육이랑 동그랑땡에 손도 안 대고 진미채랑 땅콩이랑 절편도 그대로야. 아니지, 진작에 말라서 치우고 다시 상을 본 거지. 나는 처음에 통화하러 갔나보다 했어. 그런데 아무리 지나도 안 오더라. 그래서 내가 전화를 걸어봤거든 그런데 안 받아. 통화음은 가는데 안 받아. 기다리다 못해 상을 치우려는데 생수 뚜껑이 조금 열려 있더라고. 완전히 돌지는 않았고 반바퀴 정도 비틀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비틀려 있었을까. 어쨌든 손님 많이 몰려도 일단 저 빈자리는 비워놔. 알았지? 혹시 형이 다시 올 수도 있잖아. 솔직히 말해서 형이 누나를 얼마나 좋아했냐. 누나는 늘 형을 가엾어했고. 나 조금만 눈 좀 붙일게. 일 생기면 깨워줘.

 

 

 

아래 흰빛

 

 

유월과 칠월을 지나는 동안에는 두 컵씩만 씻었습니다 그사이 뜬물 같은 마음도 생겨 아득한 것들을 가까이했습니다 움켜쥐면 적은 듯도 했지만 반듯하게 펴면 이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