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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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언 宋昇彦

1986년 강원 원주 출생. 201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철과 오크』 『사랑과 교육』 등이 있음.

sunroomer@naver.com

 

 

 

깃발 든 사람

 

 

한 사람이 깃발 들고 걷는다. 인파 헤치고 인도로. 골목으로. 횡단보도로. 청사 앞으로. 천막 앞으로. 인조 들판으로. 거짓 숲으로. 언덕으로. 다시 인도로. 한 사람이 깃발 들고 걷는다.

그는 신호 앞에서 멈춘다. 멈춘 그 뒤로 몇명 따라붙는다. 외면으로나 내면으로나 분명히 이상한 사람들. 한 사람이 깃발 들고 걷는다. 도무지 이상한 사람들을 몰고서. 도로로. 허가되지 않은. 한 사람이 깃발 들고 걷는다.

 

 

 

불타고 남은 것들

절대 타지 않을 것들

 

 

너는 던진다, 물건

네가 가졌던 것

쟁취했던 것, 그리고

몰래 주어진 것

물려받은 것들

모두 태우고

그것들 잘 탄다 그때마다

불 형상이 바뀐다

너는 벗어 던진다

네가 입고 있는

옷이랑 바지, 그리고

그 속에 입고 있던 것들과

그 속에 걸치고 있는

네 근육까지도

모두 태우고

너 뛰어든다

불 속 다이빙

시원할 거야

더는 춥지는 않을 거야

타오르는 불 앞에 도착

보고 있다 나는, 불타고

남은 것들 그리고

네 머리를 괴롭혔던 병

모두 타고 난 뒤에도

불타지 않은 것들

불타고 남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