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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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길 李文吉

1939년 대구 출생. 1981년 『허생의 살구나무』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내 잠이 아무리 깊기로서니』 『꿈도 꾸지 마라』 『눈물선』 『하늘과 허수아비』 『떠리미』 『헛간』 등이 있음.

popconart@naver.com

 

 

 

12월 말에 내리는 눈은

 

 

12월 말에 내리는 눈은

안 내리고 산으로 올라간다

 

제가끔 가는 길이 따로 있는지

산속으로 가는 것도 있고

가다가 돌아오는 것도 있다

 

모두 얼굴이 하얗게 얼어

아무 말도 못한다

 

피곤한 모습으로

자려고 마른 풀 위에 떠도는 눈

 

12월 말 어둠 속에 내리는 눈은

창문 안에 나 있는 줄 알고

내게 오려고

창문 앞에 몰려든다

 

 

 

서쪽 길

 

 

길 가다

돌아보는 길

 

아무도 없어

쓸쓸하다

 

새떼 모여 우는

풀숲에 앉아

 

해 저무는

서쪽을 바라본다

 

누가

오려나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길

 

서쪽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