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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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朴勝民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지붕의 등뼈』 『슬픔을 말리다』 『끝은 끝으로 이어진』이 있음.

84bluee@hanmail.net

 

 

 

광장의 뱃노래

 

 

이수현이 뱃노래를 부르는 동안 광장은 물 빠진 바다 같았다.

 

마스크를 쓴 젊은 사공들이 비스듬한 못처럼 박혀 있었다. 스트로로 커피에 노를 젓자 플라스틱 안에서 조명이 계란노른자처럼 부서졌다. 계절의 옷을 뒤집어 입은 중년 여자는 보자기로 꽁꽁 싸맨 듯 자꾸 작아졌고 그 일대는 겨울이었다.

 

뱃노래는 파도를 밀며 멀리 나갔다. 멀리 더 멀리 나갔다간 다시 와서는 광장 곳곳으로 해풍을 끼얹었다. “딴 공기를 마시면 좀 나아지려나” 입들이 마스크 밖으로 나왔다.

 

“노래만으로는 배가 갈 수 없지만, 배가 갔으면 좋겠어. 배라도 갔으면 좋겠네” 숨겨놓은 주문(呪文)들이 뱃전으로 쏟아졌다. “개나 고양이처럼 겨울을 날 수 있는 털이 사람에겐 왜 없을까. 음식은 넘치지만 모두 가격표가 있어. 다음 방은 라꾸라꾸 침대만큼 작아질 거야……”

 

이상한 열기들이 몸을 덥혔다, 푸른색 노래의 파도들이었다. 파도의 어머니들의 성가대 같았다. 정말 광장을 끌듯 역풍의 역풍이 광장을 밀기 시작했고 추임새를 넣듯 어깨들도 돛을 올렸다.

 

“정 안 된다면 노래만이라도 떠나는 걸 보고 싶어.”

 

뱃노래는 끝이 났고,

가로등은 푸른색을 잃어버린 고등어들처럼 예전으로 돌아갔다. 그물을 놓친 어부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한번 들은 노래는 쉬이 잊히지 않아서 집으로 가는 대신 가락이 이끄는 대로 흘러서 흘러서 거리의 심해 속으로 사라졌다.

 

난 손발이 모두 묶여도

자유 하는 법을 알아1

 

아무도 이곳을 싣고 가지 않았지만

노래는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고무나무가 자라는 여름

 

 

끝난 것 같은데

끝나지 않은 사람

서는 대신 누워버린 사람

누워서 종일을 걷는 사람

아무리 걸어도 빨간불인 사람

할렐루야에 기대어 사는 건지

그릇에 떨어진 동전의 힘으로 사는 건지

모르는 사람

아직 지지 않은 사람

지치지 않는 사람

몸과 고무가 하나지만

고무다리가 여름에는 옥수수처럼 더 자라는 사람

동서울터미널 앞에서

해남이나 속초, 대천행 버스의 등을

밀어 보내기만 하는 사람

2호선 순환선처럼 돌고 돌아

늘 동서울터미널 앞인 사람

배달 오토바이처럼 한번씩

바닥에 뒤집어졌다가도

끝내, 끝내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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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KMU의 「뱃노래」 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