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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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 黃圭官

1968년 전북 전주 출생. 1993년 전태일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호랑나비』 등이 있음.

grleaf@hanmail.net

 

 

 

제3의 세계

 

 

사월이면 잉어들이 알을 낳으려고

냇물 가득 모여들어 몸부림을 친다

인간의 발길은

알을 낳는 시간 위에 서 있고

돌멩이는 틈을 열어

쏟아지는 알을 받는다

밭을 가는 농부의 이마에 맺힌 땀처럼

그 땀을 식혀주는 가벼운 바람처럼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 같다

그러나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에는

자동차의 질주 속에 사랑이여

마른 빵처럼 부서지는 믿음이여

어두운 심연 속에서는 언제나

작은 공기방울이 떠오른다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고 돌풍이

저 산을 돌아오는 순간에도

눈을 만들고 아가미를 만들고 꼬리가

초승달만큼 생기는 물결이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

사월은, 알을 낳는 몸짓이

냇물을 뛰게 하는 달

인간의 걸음이 잠시 멈추는 달

한 이랑을 다 갈고

다시 돌아오는 달

 

허공에는 뭉클한 햇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