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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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 金祥赫

1979년 서울 출생. 2009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등이 있음.

redinsilver@naver.com

 

 

 

개구리 점프

 

 

남자 성기를 자꾸 개구리로

돌려 말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자니

나중엔 개구리 무슨 죄인가 싶더라.

미끈거리고 징그럽고 아님 귀엽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저 나는 아슬아슬한 느낌만,

밟으면 어쩌지? 조심히 걷던 기억만 떠오른다.

호수 품은 교외까페와 캠핑장 유료공원은

만만한 개구리 올챙이 물에 꼭 풀어두더라.

아님 수조나 바가지에 버글거리게 넣어두거나.

두고봐, 요 종이컵 가득 잡고 만다.

귓불까지 빨개져 앉아 있는 아이들 발치에

두고봐, 두고봐, 앞다리 나오면 나도 가만 안 있어?

고함치듯 퍼덕이는 꼬리를, 하나씩 집어가며

물에 도로 넣어주는 애들도 있더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싹수가 노랗네 아님 될성부른 나무네 하는 동안

졸다 말고 미래는 뜬금없는 쪽으로 튀어오른다.

당장이 급하면 통통한 앞날들 때려잡아 약으로 고아 먹고 아님

아침에 눈뜨며 손뼉 치는 심정으로 새날 맞는 사람도 있을 텐데

죽어도 은혜는 갚겠다고, 아님 돌아보니 다 사랑이었노라고

펼친 동화책이 개구리 입술 쭉 내미는 걸 보고 있자니

머리 위 하얗게 가늘어진 지난 시절들 간지럽더라.

긁는 건지 뜯는 건지 손바닥 펴면 피를 보게 되더라.

아랫배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일년째 입에 유산균이나 털어넣는 나나

딱 오년만 할머니랑 살다 같이 가자?

키우는 개를 앞에 두고 오년 넘게 천국 타령하는 엄마나 둔한 건 매한가진데

이룰 대의도 없이 대의멸친

가족들과 한집에 사는데 혈혈단신

하느라, 있어 보이는 고독한 사람

하느라 밟혀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았다, 개구리처럼

길한 방향으로 몇번 잘 뛰었더니 살아남았다.

눈앞에서 누가 뛰면 나도 깜짝 놀라 손 내밀 때 있는데

혼자 넘어졌다 혼자 일어난 사람이 스스로 옷 털고 피 닦고 고맙다고 한다.

 

 

 

퇴임사

 

 

11강 ‘모더니즘과 모더니티’ 교안 준비 중

교무팀 연락이네요. 봄학기로 강사

임용이 만료되며 재계약은 어렵다고요.

획 떠나지 말고 김선생이 고르고 키운

학생들 보게 게시글 하나 남기라는 학과장님

권고사항입니다. 가르치는 나도 시가 잘

안돼요. 열정이 떨어진 느낌? 데뷔하고 나서는

쓰고 송고하고 한참 뒤 파일 열면 거기에 들인

시간부터 떠올랐지요. 요즘은 나보다 늙은

선배가 아직 시간강사라는 사실 그러므로 내게

찬스가 있다는 생각을. 그러니 여러분 학생일 때

시 쓰기 바랍니다. 괜히 선생을 괴롭게 만들지

마세요. 자기소개는 Q&A 게시판에 말고

부탁합니다. 앱으로 알림 오고 내가 답변을

남겨야 해서요. 안녕하세요? 하면 안녕

하세요 답하는 순간이 매번 기쁨이었음

합니다. 시인은 고향이 없다는 말 기억

하지요? 수시모집 실기심사 2회 들어갔고

6년간 재밌었네요. 졸업생도 볼 수 있게

자유게시판에 쓰고 말 예정. 혹시 딴 선생께

다르게 배우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정답을

배웠다 믿기를요. 후회는 안 합니다. 하나

걸리는 거 날씨 좋아 야외수업하자는 말들

외면했지요. 우리의 시간이었으나

그래도 되는지 방침을

내가 알 수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