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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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 金昭亨

1984년 서울 출생. 201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ㅅㅜㅍ』 『좋은 곳에 갈 거예요』 등이 있음.

voixfleur@gmail.com

 

 

 

만나뽀끼

 

 

넌 날 위해 죽을 수 있어?

난 죽을 수 있어

 

그가 날 위해 죽을 일은 없다

나는 나의 죽음을 알고 있다

 

그는 어묵 국물을 담고

 

떡볶이를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라서

채 썬 깻잎을 최대한 버무린다

 

여기는 깻잎을 주네

 

깻잎에는 어떤 단어도 들어갈 수 있다

 

사랑, 죽음, 우정, 맵고 쫀득한 것들

 

이런 건 잡기 어려워

 

앞치마를 두르고 얼굴이 붉어진 채

너는 서툰 젓가락질로 국물을 튀긴다

 

국물을 뒤집어쓴 채 내가 웃었다면

그건 사랑의 얼굴이었을 거다

 

나는 사랑의 얼굴처럼

사라지는 영혼과 인사한다

 

 

 

잠 없는 잠

 

 

이제 바위가 되었다 생각하세요

 

바위가 되어

주변을 느낀다

 

아빠, 아파

노숙자가 울고 있다

 

마음이라는 건

언어가 만들어낸 환상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영원히 어리고

선생은 오래 늙는다

 

우산이 있지만

비를 맞는 군중들

 

지구는 사라지고 있어요

 

자연을 위해 싸우던

초라한 개인들

 

지하철 출구에는

전향의 상자가 있다

 

동전, 작은 돌,

 

긴 손가락 없이

구걸하는 낡은 상자

 

삼인칭 그림자가 송전탑에 올라간다

 

검은 솥에서

오랫동안 썩은 냄새가 나

 

어디선가 외친다

 

이제 사람이 되었다 여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