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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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李文宰

1959년 경기 김포 출생. 1982년 『시운동』으로 등단.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혼자의 넓이』 등이 있음.

slownslow@naver.com

 

 

 

아침

 

 

스위치를 내려야 밤이 온다

 

불을 꺼야 어둠이 어두워지고

 

밖으로 떠돌던 것들 제자리를 찾는다

 

그렇지 아니한가

 

눈을 감아야 눈뜨는 것이 있다

 

두 눈을 떠야 사라지는 것이 있다

 

그럴 것이다

 

밤이 밤다워야 아침이 온다

 

그래야 아침이 아침에 온다

 

 

 

세상에 참 평화 있어라

 

 

내 안에 있는 하나

오래되어 간절한 하나를

누군가와 나누면

둘이 아니라 셋이 됩니다

 

꿈을 나누면 알게 됩니다

꿈을 나누면 꿈이 둘이 됩니다

내가 오래 품어온 꿈과

당신이 새로 받아든 꿈

 

당신이 나에게 희망을 건네면

당신의 희망과 내가 받아안은 새 희망

그리고 우리 사이에 생겨난 새 희망

희망 하나가 이렇게 셋이 됩니다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셋이 됩니다

 

하나에서 둘로 셋으로

셋이 다시 다르면서도 같은 하나로

다시 그 하나가 새로운 둘로 셋으로

피라미드 아니 인드라망처럼

서로 연결되고 연결하는 그물코처럼

 

서로 나누면서 넓어지고

넓어지면서 저마다 높고 깊어지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

내 안의 평화 참 평화

당신과 나의 평화 참 평화

모두를 위한 모두의 평화 참 평화

 

고난 없이도 아니 고난이 있어도

세상에 참 평화 있어라1

참 세상에 참 평화 있어라

참 평화에 참 세상 있어라

 

 

  1. 안토니오 비발디의 성악곡 「고난 없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