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심사평

 

 

 

2025 창비신인시인상에는 1,366명의 응모자가 작품을 보내주었다. 예년을 크게 웃도는 응모자의 수에도 놀랐지만, 그에 맞춰 늘어난 좋은 작품의 수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5명의 심사위원이 작품을 나눠 예심을 진행하였고, 각자 3명 내외를 추천하여 총 17명을 대상으로 본심을 진행했다. 예심과정에서 본심에 올리지 못하여 아쉬운 작품이 많았는데, 이는 우리 문학의 저변이 이토록 넓어지고 또한 단단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작품을 검토하면서도 어떤 경향성이 두드러지지 않음은 의아한 일이었다. 이를 두고 우리 문학이 다채로워졌노라 진단해야 할지, 아니면 저마다 각자의 내면에 몰두하느라 바깥을 잘 보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지 단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상당수의 작품이 긴 수련을 거치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자 애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에 기대어 우리 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시인을 찾고자 했다.

본심에서 주되게 논의된 작품은 「꿀 인간」 외 9편, 「여름, 끝」 외 4편,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외 6편, 「테마파크」 외 4편, 「투포환」 외 6편, 「풀의 유령」 외 4편이었다. 「꿀 인간」 외 9편은 자신의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꿀’과 ‘벌’ 등의 시어를 주되게 사용하며 모종의 세계를 구성하고자 시도하고, 그로부터 독특한 미감을 이루어낸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의미가 생성되기 전에 스스로 그것을 차단하려는 듯한 말하기는, 모처럼 만들어낸 세계에 독자가 어떻게 진입하면 좋을지 망설이게 만들었다. ‘나’와 세계의 긴장이 좀더 첨예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여름, 끝」 외 4편은 긴 수련을 통해 잘 다듬어진 이미지와 정서를 다룰 줄 아는 이의 작품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시적 대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그 관계를 정리하고 멀어지는 요령에서 시적 숙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시적 정서에 도달하기 위해 다소 긴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그 능숙함이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투포환」 외 6편이 보여준 평범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질감을 갖춘 세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물을 감각하며 세계를 구성하는 성실한 태도와 더불어 어딘가 조금씩 낯설고 이상한 뒤틀림을 가진 감각이 큰 미덕이었다. 그러나 때때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문장이 지적되었다. 「테마파크」 외 4편은 개성적인 장면들을 통해 내적 고백에 도달하는 시적 방법론이 매력적이었다. 이 고백이 단순히 개인적 토로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타자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한 사유에까지 이른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시적 언술이 다소 장황하다는 점, 그리고 익숙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끝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한 것은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외 6편과 「풀의 유령」 외 4편이었다.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외 6편은 풀어진 시적 구성이 단점으로 지적되었지만, 조금씩 문장을 밟아나가는 과정이 자신만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다듬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를 매만지며 정직한 질문을 던지고, 사물들과 조금씩 어긋나고 빗나가면서 새로운 발견을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가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풀의 유령」 외 4편은 유려한 문장의 운용을 통해 의미를 잠시 쥐었다가 풀어놓는 개성적인 시적 방법론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현실의 기호들이 시적 배치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도록 하고서는 반복 속에서 그 의미를 망설임 없이 버리고 가는 이 묘한 세계를 오래도록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무한히 자리를 바꾸며 점멸하는 세계를 만드는 이 창백한 방법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긴 논의 끝에 「풀의 유령」 외 4편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잘 다듬어진 문장들과 개성적인 시적 방법론에서 엿보이는 시에 대한 깊은 고민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앞으로 당선자가 시와 더불어, 그리고 삶과 더불어 우리의 세계를 새롭게 하는 시 쓰기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보내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과 더불어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시는 가장 개인적인 말하기이지만 동시에 더 넓은 우리를,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믿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양식이기도 하다. 이번 심사과정은 그런 믿음을 가진 이들이 이토록이나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 믿음을 우리가 잃지 않을 수 있기를, 그 믿음을 지켜나가는 데 우리의 시 쓰기가 무겁고 깊은 닻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박세미 박소란 송종원 신용목 황인찬

 

 

 

수상소감

 

 

방성인

방성인 方聖寅

2000년 경기 이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주변에서 많이들

좋은 꿈을 꿨다고 말했다 이제 보니 그 꿈이 너를 향해 있었다고도

 

꿈은 말하는 순간부터 효력이 날아간다고 한다 그런 꿈을 내 앞에서 말해주는 사람들 사실 그 꿈들은 처음부터 나를 향해 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금

나에게 선물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죄송하게도 꿈을 믿지도

꾸지도 못한 나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 학교에서 뵌 선생님들, 학교 밖에서 뵌 선생님들, 동기들, 후배들, 선배들, 가족들, 엄마와 아빠, 형, 할머니와 할아버지, 개 그리고 애인

 

나와 머무는 모두와

나를 떠나는 모두

 

저의 시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어쩌면

저까지도

이 말이 비겁하고 한심한 변명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쓰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저의 흐릿한 호명이 이번만큼은 모두에게 선물처럼 가닿을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빌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