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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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000년을 여는 젊은 시인 20인

 

장대송 張大松

1962년 충남 안면도 출생.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옛날 녹천으로 갔다』가 있음.

 

 

 

金臺

 

 

내가 살고 있는 15평 공간의 시간들은 용적률을 최대로 높인 산소통의 시간들처럼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

 

금대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의 능선이 멀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앞 청봉 때문이라고 한다.

두 산 사이에 있는 공간, 그 골에는 어떤 시간이 살고 있을까?

바위 옆 작은 탑 속의 시간은 서서 잘까?

공양간 뒤 양지바른 곳에는 짠지를 담갔던 독이 졸고 있다

묵은 독 속에 사는 푸른곰팡이 낀 習이 걸어나올 것 같다

 

뭉뚝한 꼬리로 똬리를 튼 독사 한 마리가 이른 아침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너럭바위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인간의 業은 시간일까? 공간일까?

독사가 사라진 후 너럭바위에 걸터앉은 노스님이 젖은 업장을 담배를 피워 말리고 있다

 

 

 

벙어리 할배

 

 

어떤 화백을 따라갔던 無巾里, 잔설 밟고 이른 봄날 다시 찾다.

아홉 채의 빈 집을 돌며 겨울을 난 벙어리 할배의 얼굴에 묻은 침묵이 깊다.

폐교되어 습지로 변한 초달분교장에는 할배를 놀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남아 있다.

비탈에 붙은 집들이 녹슨 그네에 매달려 할배를 놀리는 소리에 흘러내릴 것 같다.

저 소리는 땅이 풀려야 도회지로 간 아이들에게 갈 것이다.

벙어리 할배를 보면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심란해하는 것들만 번뇌가 아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마저 번뇌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