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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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李戴欠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등이 있음. daoojin@yahoo.co.kr

 

 

 

바닥

 

 

외가가 있는 강진 미산마을 사람들은

바다와 뻘을 바닥이라고 한다

바닥에서 태어난 그곳 여자들은

널을 타고 바닥에 나가

조개를 캐고 굴을 따고 낙지를 잡는다

살아 바닥에서 널 타고 보내다

죽어 널 타고 바닥에 눕는다

 

바닥에서 태어난 어머니 시집올 때

질기고 끈끈한 그 바닥을 끄집고 왔다

구강포 너른 뻘밭

길게도 잡아당긴 탐진강 상류에서

당겨도 당겨도 무거워지기만 한 노동의 진창

어머니의 손을 거쳐간 바닥은 몇평쯤일까

발이 가고 손이 가고 마침내는

몸이 갈 바닥

 

오랜만에 찾아간 외가 마을 바닥

뻘밭에 꼼지락거리는 것은 죄다

어머니 전기문의 활자들 아니겠는가

저 낮은 곳에서 온갖 것 다 받아들였으니

어찌 바닷물이 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봄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시작된다

 

 

 

춤꾼 이씨

 

 

북은 치는 것이 아니여

타는 것이제

더덩더덩 덩따쿵따

가락을 따라감서 손을 움직이먼

어긋나는 것이여

가락이 몬야 쩌만치 가불제

떵따쿵따 덩따쿵따

그냥 가락에 몸을 얹어사제

 

춤도 추는 것이 아니여

아아리아아리라아앙 하먼

아리랑이랑 고대로 흘러가고

쓰으리쓰으리라아앙 하먼

쓰리랑이랑 고대로 쓸려가고

아라리가 났네 하먼

아라리 뒤쫓지 말고

먼첨 아라리가 나부러사 써

 

귀로 듣는 아라리에 몸 맞추지 말고

이녁 몸속 아라리가

막 터져나오는 것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