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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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균 全東均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시부문 당선.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등이 있음.

do82@daum.net

 

 

 

동지

 

 

모양을 바꾸며 흘러가는 바위들

멀리서 온 눈사람

얼어붙은 곡괭이별

 

가만가만 문 두드리는 소리 들려요 낮에도 밤에도

발밑에서

공중에서

누군가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살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눈물을 가슴에 담는 일

그 눈물 속에 혼자 노래를 부르듯

빈 들판 하나 펼쳐내는 일

 

마른 덤불, 깨진 열매들은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통과하고 있을까

 

눈처럼 반짝이는 눈

 

제 속의 빛에 이끌려 높아지는 나목(裸木)들

 

 

 

진눈깨비

 

 

솔방울을,

솔방울을 하나 놔두겠어요

 

어제보다 더 깊은 골짜기가 생겨나는

당신 방 앞에

 

한쪽 귀가 조금 젖어 있는

솔방울 하나를

 

빈방에 의자를 들여놓는 사람

혼자 올리는 제사가 많은 사람

 

눈을 마주치면

파란 불꽃의 발자국이 찍히는

당신의 밤 속에

 

누구의 심장인 듯 아닌 듯 가만히

아무것도 아닌 듯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