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민생회복 소비쿠폰, 이주민 차별은 어떻게 지역차별이 되는가
정혜실
2025년 6월,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는 무엇보다 일명 ‘먹사니즘’이었다. 이 기조는 2024년 12월의 계엄 선포가 위축시킨 경제활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정책에 반영되었고, 그것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15만원에서 55만원까지 소득별, 지역별, 단계별로 지급되는 이 쿠폰은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1차 지급되었고, 9월 22일에 2차 지급 예정이다. 1차 지급에서는 1인당 15만원을 기본으로 차상위계층이나 한부모가족은 30만원을 받고, 기초수급자의 경우에는 4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비수도권 거주자는 추가로 3만원을, 농어촌 인구 감소지역 거주자는 5만원을 더해서 받았다.
그러나 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있다.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이주민들이다. 말하자면 한국경제의 최하층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주노동자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여 인도적 체류 지위에 머물며 사는 이들, 국적이나 영주권이 없는 결혼이민자, 유학생, 고려인을 비롯한 동포들이다. 이주민들 중에서도 지급 대상에 포함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기준은 경제활동 여부나 지역에 대한 기여도가 아니라 곧 국적을 취득할 것으로 상정되는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난민인정자에 국한되어 있다. ‘포함’이 오히려 배제와 차별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아가, ‘차별적 지급방식을 비단 이주민 당사자에 대한 차별로만 볼 수 있는가’라는 또다른 문제제기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나 중소업자들에게도 불이익을 준다. 소비쿠폰의 지급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민생회복은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혜택이 아니다. 쿠폰의 사용처인 지역별 자영업자들이나 매출금액 30억원 이하의 중소업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지원제도다. 다시 말해 소비쿠폰을 쓰는 지역주민이 많을수록 지역의 자영업자나 중소업자가 더 많은 매출을 올려서 경기가 부양되고, 그 이익으로 인해 모두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래의 목적은 간과된 채, 이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자영업자나 중소업자들이 매출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은 직접세·간접세 등의 세금을 납부하여 국가예산에 기여할 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며 소비하는 주체로서 지역경제 활성에 이바지한다. 특히 안산지역은 71만 인구의 14퍼센트인 10만명 이상의 이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다. 반월·시화공단에 소비쿠폰을 지급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은 동시에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는 지역상권에는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뗏골’이라 불리는 고려인 밀집지역인 단원구 선부동·와동 일대, 주말이면 더욱 활기를 띠는 원곡동 다문화음식거리, 최근 이주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록구 사동 등 안산의 다가구 이주민 밀집지역의 상권들 역시 손해를 보고 있다.
이렇듯 소비쿠폰 미지급 대상이 많은 지역일수록 상권 활성화와 매출이익이 직결된 지역의 상인들도 민생회복의 혜택으로부터 동시에 배제된다. 이는 또한 부가가치세를 통한 세수수입으로 살아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수입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기에 중앙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지방세수를 감소시키는 차별적인 행정으로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주민을 향한 차별이 연쇄적인 지역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산시장은커녕 지역의 상인들조차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7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모든 이주민은 경제활동, 소비활동을 하고 있으며 민생의 어려움을 똑같이 느끼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며 “170만 이상의 이주민들”이 배제되는 상황에 대하여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주민에 대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미지급 문제가 국내 헌법, 국제인권규범, 인종차별철폐협약의 관점에서 평등권의 침해이자 협약 위반사항이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차별이라고 보았다(「[기자회견] 민생회복 소비쿠폰, 이주민 차별 말고 평등하게 지급하라!」, 참여연대 2025.7.23). 이 정책의 목적인 ‘민생회복’에서 배제되는 존재가 이주민만이 아닌 지역 전체의 구성원으로 이어진다는 점 역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 이주민을 향한 차별은 단지 인권침해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연결된 지역사회의 문제로 이어진다. 소비쿠폰의 지급으로 인한 효과를 상찬하느라 놓친 것이 무엇인지, 미처 그 통계에 무엇이 누락되었는지 깨닫지 못한 정부는 2차 지급 전에 이주민에게도 소비쿠폰을 지급함으로써 더 효과적인 민생회복 성과를 이뤄내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평등의 원칙이 보편적인 인권으로서 실현된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선주민과 이주민의 삶의 연결성에 대해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이주민 미지급 차별문제를 통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주민과의 공존은 당연한 것이며, 상호존중은 필수이고, 인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가치이다.
정혜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2025.8.12.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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