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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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새 정부 성공의 조건

 

이남주

이남주

대선결과는 촛불민심의 승리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선에서 압승하고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것으로 작년 하반기 촛불항쟁이 촉발한 숨 가쁜 정치일정이 일단락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극적인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선이 촛불민심의 승리라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촛불민심은 작년 4월 총선패배에도 불구하고 기세등등하던 박근혜정부의 기를 꺾고, 촛불항쟁 초기 갈피를 잘 잡지 못하던 정치권을 대통령 탄핵에 나서게 만들었다. 어떤 정치세력이나 정치인보다 위대한 일을 해냈다. 촛불민심은 탄핵 이후에도 전혀 이완되지 않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확인되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촛불항쟁과 이번 대선이 대북강경론을 내세워 국내정치에서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려는 수구세력과 박근혜정부의 무책임하고 위험스러운 행태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미국 내에서 선제공격론 등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만약 박근혜정부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과연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물론 이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큰 고비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 문제를 수구적 정치세력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접근법을 모색하도록 하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특히 새 정부에 넘어갔다. 촛불민심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데는 시민 모두의 노력이 계속 필요하지만, 새 정부가 이러한 노력이 제대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의 상호작용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 사회의 대전환이 가능하다.

 

새 정부의 강점과 약점

 

이러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데 새 정부는 유리한 요소와 불리한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이는 사실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무엇이 강점이고 약점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가는 또다른 문제이다.

 

출범 시점에서 새 정부의 강점으로는 다음 세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그리고 세대적으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되었다. 집권 초기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과 허니문 관계를 만들어내기 쉽다는 점을 잘 활용한다면 이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고,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둘째, 사회적으로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이 존재한다. 이는 사회전환을 위한 의제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개혁적 과제 추진에 매우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셋째, 유력한 정치적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후보를 큰 격차로 눌렀고 야당, 특히 보수진영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들 내부의 갈등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강력한 반대세력이 형성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약점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여소야대의 의회를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선거일정을 고려하면 이 구도가 앞으로 3년 가까이 계속될 수 있다. 정부가 새로운 의제를 추진할 수 있는 황금시간과 겹친다. 의회와 협력관계를 맺지 못하면 정책추진이 어려워진다. 둘째,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득표율은 41%에 불과하다. 다자구도였던 탓이기도 하지만, 60% 유권자들의 민심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심각한 정치적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셋째, 변화의 열망을 모아갈 수 있는 핵심의제가 없다. 집권 초기에 매우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선거라는 것은 단순히 승패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강하게 표현되었지만 초기의 핵심과제를 부각시키지 못했다. 이는 쟁점을 피하려는 선거전략 탓이라는 점에서 자초한 면이 크다.

 

이러한 강점과 약점들이 새 정부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는 새 정부가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다만 위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큰 이견은 없을 터라 새 정부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방법: 협치와 연정

 

가장 일반적인 접근은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방법도 있다. 약점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점 자체가 강점이 되게 만드는 방법이다. 정치적으로는 후자의 방법이 유효한 경우가 많다. 강점과 약점의 관계는 항상 변증법적이기 마련이다. 강점도 약점이 될 때가 있고 약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정치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더 많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경우도 그렇다. 고른 지지, 다른 후보와의 큰 격차라는 강점에만 초점을 맞추면 독단적 정치를 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참여정부 이후로도 계속 다수파 정부가 만들어졌지만 정치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이 정치구도는 협력적 거버넌스 혹은 협치보다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를 일차적 목표로 극단적 정쟁을 반복하는 현상을 출현시켰다. 반면 현재 여소야대, 41%의 득표율은 정치적인 취약점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당제적 의석분포도 이에 긍정적 요소이다. 즉 이제 협치를 할 수 있는 정치환경이 만들어졌고, 새 정부의 성패는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에 좌우될 것이다.

 

여기에는 두개의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협치에 대한 요구가 빠른 변화에 대한 갈망과 충돌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여러 의제 중 핵심과제와 타협할 수 있는 의제를 구분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어가는 작업이다. 협치에서 협상과 주고받기가 불가피하다. 이를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능력이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 의제에 대한 정당들의 입장이 수렴되고 있는 것은 이에 긍정적 요소이다. 둘째, 정치제도적으로 협치에 불리한 면이 많다. 연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실행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협치보다는 다시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행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연정은 불가능에 가깝고 협치도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 정부가 지금까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연정을 같이 추진하는 것을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

 

일단 정치권에 공이 넘어갔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은 정치권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제도정치의 한계도 있고 정치권 내의 입장차이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남북관계가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서 발전적 해결의 길을 찾지 못하면 다른 개혁과제들도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막상 정치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에서도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법이 대표적 사례이다. 정치권의 이익을 강화할 수 있는 개헌 논의에는 적극적이면서 선거법 논의는 회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민들이 주체로 나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치권이 그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는 새 정부에 대한 지지인가 반대인가를 넘어서는 문제다. 우리 사회가 인간적 생활을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진전되기 위한 대전제이다. 선거 이후에도 주체적 자세를 견지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2017.5.10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