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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학입시가 몰락할까?: 이기정 외 『입시의 몰락』

입시의 몰락 100대학입시가 몰락할 날이 올까? 아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애당초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치로 도입된 학생부종합(이하 학종)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적폐가 되었다는 주장이 있듯이, 대학입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종으로 변화하면서 계속해서 학생들의 이상과 꿈을 억누를 것이다. 왜 ‘몰락’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했을까? 아마도 입시가 망해야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다는 소망을 대변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의 인터뷰어가 서두에 밝혔듯이 “더 치열하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켜서 더이상은 “나쁜 입시”가 행세하지 않기를 염원한 것은 아닐까 싶다. 또한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의 공론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학입시라는 ‘현실’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 것일지 모른다.

 

이 책 『입시의 몰락』(창비교육 2018)은 교육비평가 이기정 선생이 최근 대학입시의 쟁점을 대표하는 4인의 교육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본문 뒤에 친절하게 낯선 대입 용어를 설명까지 하면서, 일반인도 대학입시 문제의 논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선 공교육과 사교육 경험에서 입시를 바라본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과 행복한 수업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고용우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장을 각각 인터뷰하여 현재의 논쟁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과 학종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맞서고 있는 견해들을 드러냈다. 그다음으로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능력을 기르고 학교 공부만으로 입시가 해결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학력평가시험)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과,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대학과 사회 개혁을 설파하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인터뷰함으로써, 새로운 교육의 지향점을 함께 제시하려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현재 대입 제도 개편의 최대 쟁점과 그 대안까지 살펴볼 수 있다.

 

나는 20년차 국어 교사이며 ‘진학(進學)’ 교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학생을 대학교에 쑤셔 넣는 대학 ‘진입(進入)’ 교사였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꿈과 진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충원 합격 마지막 날 문 닫기 직전에 대학에 합격한 학생과 얼싸안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이게 아닌데’ 하는 고민 끝에 학교의 정상화를 표방하는 학종을 주목했고, 이제는 스스로 ‘학종파’라고 자부하고 있다. 학종을 준비하기 위해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강의식 수업보다는 다양한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하였고, 이제는 학생들에게 ‘사회적 실천’까지 강조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를 의식화 교육 운운하면서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PBL(Project Based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라며 수업 혁신으로 권장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학종의 불편한 진실을 나열하면서, 의미도 있으나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며 건설적 비판을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주관적 기록에 개입될 수 있는 공정하지 못한 여러 요인과 ‘주관적인 평가 자료를 주관적으로 평가’(이현)하는 학종의 정성적 평가 과정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학교는 학종을 대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학교 활동과 행사를 확대함에 따라 지치고 있고, 학생은 수시로 진행되는 수행평가까지 학기 내내 준비해야 하는 학업과 입시 부담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학교현장의 실상까지 전한다. 나 역시 여전히 학생을 서열화하기 위한 ‘저급하고 치사한 시험 문제’(이혜정)인 내신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면서 현재의 입시현실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학종파 교사로서 우리 교육이 지향할 방향을 고민하면서 학종을 지지하고 실천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수많은 정책이 학교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학종처럼 교사와 학생을 긍정적으로 바꾼 대학입시 제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에 권고한 것처럼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제고되어야 하지만, 무엇이 진정으로 학생의 꿈과 미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대학입시일지를 함께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 발전의 시작을 교육에서 찾는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대학입시 제도는 수십차례의 개편이 단행되었다. 그 이유는 수많은 교육현실의 난제를 입시 제도의 개편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전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이 안 바뀌면 교육도 안 바뀐다”라는 이 책의 한 소제목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 사회가 바뀌어야 대학입시와 학교가 진화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통합 국립대’ 제안을 지금까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등한시했는데, 책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제안의 대의에 동의하게 되었다. 입시 왜곡의 주범인 대학 서열화와 불공정한 사회시스템을 개혁함으로써 대학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과 치료를 하자는 것인데, 스스로 입시를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대학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만 주장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며, 문제의식을 토론하고 협의하고 융합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도 절감할 수 있었다.

 

이기정 선생은 마무리에서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대입 제도의 개편을 밀어붙이면, 혼란과 무질서가 추가되는 “입시 무정부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아이들은 무슨 죄냐 말이다. 나도 걱정된다. 대학입시 제도의 결정에 따라서 생기는 깊은 갈등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함께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마당이 형식적이었던 예전과 달리, 국가교육회의에서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한데 모으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본다. 전문가를 내세워 일부가 결정하지 않기에 우리 공동체의 상식과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는 학교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의 권고안에 이어지는 후폭풍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모색과 발전을 실천할 것이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책임있는 참여를 수행한다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제도가 나타나리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자’는 촛불혁명의 정신이 교육계에서도 마련되기를 바라면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활용해서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선거도 끝난 마당이니, 이 책이 널리, 자근자근 회자됐으면 한다.

 

정지영 / 충남 북일고 교사

2018.6.20.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