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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규모의 림팩 참가, 남북관계의 향방은?

김준형

올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하와이에서 진행되는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RIMPAC) 2022’ 참가를 위해 우리 해군 훈련전단이 6월 31일 제주해군기지를 출발할 예정이다. 이번이 17번째로, 지난 1990년 첫 참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전력을 파견한다. 미 해군 주도로 격년제로 개최되어 올해 28회를 맞은 림팩은 다국적 해상합동훈련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는 일본, 캐나다, 호주 등 26개국 2만 5천명이 참가하는데, 한국은 구축함과 수송함, 잠수함 등 주력함대와 더불어 장병 1천여명을 파견한다. 림팩의 기원은 1971년으로 거슬러가며, 당시 미국이 베트남에서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는 의지를 담아 창설했다. 이는 얼마 전 칼 슈스터 전 태평양사령부 작전국장이 CNN에 나와 림팩이 군사훈련의 가치를 넘어 미국의 영향력과 전략적 위상이 쇠퇴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과도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최근 림팩이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영향력 유지 차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쿼드(QUAD,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협의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전략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가능한 네트워크들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림팩은 그 일부인데다 군사훈련이다. 바이든 정부는 자신의 대중(對中) 전략을 ‘비스포크’(bespoke) 전략으로 부르는데, 과거 대소(對蘇)정책과는 달리 이슈별로 ‘맞춤형’ 대중 견제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트럼프의 동맹경시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상황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전세계에 망라된 동맹 및 우방국의 존재라고 인식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노선이다. 쿼드, 쿼드플러스, 오커스, 파이브아이즈,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다양하게 구축해 중첩적으로 중국을 견제·봉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명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중 봉쇄나 신냉전 진영 구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림팩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훈련임을 애써 강조하지만, 이는 실상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림팩은 소위 공동안보의 영역이라 할 해적 대응이나 구조 작전만이 아니라 해병대 합동 작전, 미사일, 대잠수함 및 대공 작전 또한 실시한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군사화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중국을 림팩에서 배제한 2018년 이후 협력·공동안보의 차원은 약화됐다. 올해는 러시아가 우끄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과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맹과 우방국들을 규합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만큼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임은 명확하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한다. 이미 지난해 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NDAA)에 대만을 림팩에 초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중국이 발칵 뒤집혔었다. 이번에 실제로는 초청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끄라이나 침공으로 말미암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향후 대만의 참여 가능성은 열려 있고, 림팩의 주요 목표 역시 대중 봉쇄가 될 것이다. 북한 역시 최근 림팩에 대해 침략적·패권주의적 전략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림팩에 북한발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훈련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겠지만, 전반적으로 아시아에서 대결적 진영구도가 확실하게 구축되고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군비경쟁이 이미 본격화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묵인’을 넘어 ‘종용’에 가까운 일본의 역할 제고도 심상치 않다. 쿼드 국가의 해상합동훈련 ‘말리바르’ 참여와 더불어 림팩에서도 일본은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미일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동맹의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필요할 땐 이를 공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와중에 윤석열정부는 대북 강경 및 친미 노선을 확실히 했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이나 동맹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미중 및 미러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남북까지 대결적 긴장이 심화하면 북-중-러와 한-미-일의 진영 대결구조가 되살아날 것이며, 우리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승한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철학으로 ‘멸공’하자는 목소리를 높이면 북한의 위협인식은 높아져 강경 반응으로 이어지며, 특히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근거로 삼는다. 이미 남북은 선제타격론을 한차례 주고받았고, 윤석열정부는 원점 타격을 언급하는가 하면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으며 북한과 외교적 해법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어떤 실제적인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의 화법도 유사하다. 평화적 해결을 원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이라는 전제를 단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더욱이 우끄라이나의 처지를 바라보면서 북한이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고 있는 핵무기를 확실한 보장 없이 포기할 리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미 정부의 이런 접근은 전략적 인내를 넘어 방치이며, 비핵화 포기다. 대중 봉쇄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림팩에 사상 최대 규모로 참여하는 것과 윤석열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으로 나토정상회담에 참가하는 것은 하나같이 신냉전적 진영 구축이라는 방향을 가리킨다. 언론에서 이를 ‘다자주의 외교’라고 포장하는 것은 ‘한-미-일 동맹’이라는 용어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 기정사실화하는 것만큼이나 억지다. 림팩 참여를 협력안보, 한국의 위상 제고 및 아태지역의 평화를 위한 행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과장을 넘어 왜곡이다. 진영 대결을 강화하는 동맹확대 외교는 결코 다자주의적이거나 협력안보일 수 없으며, 오히려 이를 훼손한다. 현 정부의 외교가 끼칠 국익과 미래에 대한 악영향이 심히 우려스럽다.

 

 


김준형 /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2022.6.28.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