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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 관성적 심판론에서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으로



이남주

새해 들어 4월 총선과 관련된 정치적 움직임들이 이런저런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 파장의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논란들이 뒤따르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진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변하는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총선의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윤석열정부 심판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총선 의제가 그러한 방향으로 형성되어가고 있는가 묻는다면 그렇다는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교란하는 요인들 때문이다. 특히 두가지 지점이 중요하다.


첫째, 선거 때마다 야당이 들고 나오곤 하는 여당심판론이나 견제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이는 반사적 이익을 노리는 관성적 심판론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총선은 단순히 여야의 정치적 입지나 정국 주도권을 결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너진 한국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새로 구축하는 일이다. 보수 언론에서도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사태의 일부에 불과하다. 보편적 규범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무시한 일본과의 협상부터 검찰권 남용에 이르기까지, 민주적 거버넌스가 붕괴되어가는 상황은 이미 임계점을 지나는 중이다. 게다가 유권자들이 선택한 대통령이 국가의 중요한 문제들에 직접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천공 문제나 영부인 문제가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사적 긴장은 날로 고조되고 경제 불안도 커져가는 상황에서, 민주적 감독을 받지 않는 집단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고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보이는 행보를 걷게 함으로써 곤경을 모면하고자 했지만, 결국 영부인 김건희 의혹 문제와 관련해 뒤로 물러서면서 삼류 정치극으로 전락해버렸다. 지금의 국가위기는 단순히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이 사실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현재 정치상황을 발전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여당이 이에 더 극단적으로 저항할 수 있다. 반대로 총선에서 여당이 선전할 경우 현재 거버넌스 위기상황을 해결할 동력을 만들기 어려워질 것이다. 


어떤 상황에도 중요한 것은 무너진 한국의 거버넌스 재구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다. 당장 총선을 앞두고 관성적 심판론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에게도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현명한 선택에 나설 것을 호소해야 하며, 그럴 때 유권자들 역시 심판의 요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다.


둘째, 민주당 등 야권 내부의 혼란도 문제이다. 내부 경쟁은 특히 경선 과정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좋은 비전을 만들고 그 비전을 실현할 역량을 만들기 위한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 갈등구조가 고착화되면 총선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만들기 어려워지고 나아가 총선 이후 상황을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데도 불리해진다. 물론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경쟁과 갈등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는 요소들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총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를 앞세우기보다 절차의 정당성을 지키며 현재 진행되는 경쟁을 관리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여당의 공격이 이러한 갈등의 소재가 되거나 야권 내부의 갈등이 여당의 화력을 강화해주는 상황이 출현하는 것은 몹시 우려스럽다. 지난 대선부터 최근까지 이재명 대표의 소위 사법 리스크 문제가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 확대된 바 있으며, 이는 검찰권 남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든 주요한 요인이었다. 최근에는 과거 운동했다는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현재의 자질이 문제인지를 구분하지 않는 운동권 비판 주장, 결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주장을 방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소위 ‘문명 갈등’의 의제화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촛불혁명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며, 무엇이 문제였고 앞으로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문재인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촛불항쟁의 힘으로 만들어낸 성과를 부정하려는 구도에 빠져서는 안 된다. 주로 민주당과 관련된 사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윤석열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나서는 야권 전체와 관련된 문제이다.


권력과 수구 언론의 합작에 의한 총공세에도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지는 분명하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 이하로 하락했다. 이러한 의지를 공동행동으로 전환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단순히 야당, 즉 민주당의 약진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민주적 거버넌스를 재구축하고 촛불혁명의 과제를 완수하는 동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대를 강화해가야 한다. 민주당이 준연동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이 방향으로 한걸음 나아간 결정이다.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있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세력들이 윤석열정부에 대한 진정한 심판을 위해 협력한다면, 잠시 중단된 대전환의 실현을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2024.2.6.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