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인종주의: 우한 사람들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주윤정
주윤정

주윤정                              

전세계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더불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박쥐나 천산갑 등의 야생동물을 마구 잡아먹으며 전염병을 옮기는 사람, 그리고 중국은 전체주의적으로 인민을 억압하는 악의 제국으로 그려진다. 인종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문제가 뒤섞여 중국인을 미개한 인종으로, 전염병의 매개체로 보는 시각과 함께 중국사회의 전제성과 후진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한 사람들은 재난 속에서 삶을 어찌 견뎌내고 있을까. 친구들의 상황이 궁금해져서 한동안 안 쓰던 위챗을 다시 열어 중국 친구들과 연락을 시작했다. 인구 천만의 우한은 창강 중류에 있는 역사 고도이자, 신해혁명의 시발점인 우창봉기가 시작된 곳이다. 다행히 우한에 있는 친구와 그의 가족들은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친구는 우한의 여러가지 소식을 들려주었다. 4천명의 운전자들이 모여 자원봉사를 하며 우한 봉쇄를 버텨가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에게 음식을 나르거나, 스스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도시를 떠난 사람들이 미처 데려가지 못한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한의 노동자들은 10일 만에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지었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듯이, 전국 각지의 의료진들이 우한에 와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의료 인력들은 가장 고위험군이 되는 위험을 자처하면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다른 친구는 이 질병의 위험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 원량(李文亮)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남쪽에 사는 이 친구는 리 원량은 특출 난 영웅이 아니라 그저 동료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인데, 그런 일상적 행위에도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콩의 친구는 리 원량의 문제와 중국정부 초동 대처의 실패는, 중앙-지방 권력의 복잡한 관계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 중앙-지방 관계 속에서 중국의 지방 관리들은 중앙을 향해 끊임없이 경쟁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보통제와 의사결정 지연의 문제가 발생한다. 리 원량이 SNS에 소식을 처음 알린 2019년 12월 30일부터 우한이 봉쇄된 2020년 1월 23일까지 시간은 마냥 흘렀다. 또한 우한은 중국 전역의 고속철이 연결된 허브이기에 사태는 더 엄중하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는 중국인들이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게 아니니, 미워하지 말라고 당부도 했다.

 

중국·중국인을 전염병의 발원지로 보는 인종주의 역사는 뿌리 깊다. 황화론이 대표적으로, 제국주의 열강들은 중국인을 콜레라의 전파자이자 미개한 인종으로 표상했고 동양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했다. 옥스퍼드의 중국학 교수인 라나 미터(Rana Mitter)는 중국은 오리엔탈리즘과 인종주의에 맞서기 위해 신중국 건설 초기부터 위생을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현재의 핵심문제는 중국이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얼마나 세계 시민사회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라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전염병 통제의 권위주의 방식이 문제를 일으킨다며, 민주주의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한편 강력한 봉쇄가 야기하는 인권침해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 중국식의 강력한 봉쇄가 효과적인지 혹은 점진적 격리와 통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보건학자들은 논쟁 중이다. 중국의 봉쇄는 국제분업화된 생산라인까지 멈추는 수준이다. 중국식의 질병 통제가 효력을 발휘할지, 문제적인지는 앞으로 검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세계인들은 사회주의 시스템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확산과 더불어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불신과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다시 폭발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중국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현재의 위기에 대처할지는 알 수 없다. 언론들이 예측하듯이, 중국 체제 내부의 붕괴로 이어질지, 혹은 이 위기에 적응해 새로운 사회정책, 의사결정 방식을 수립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바이러스의 확산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중국은 리 원량에 대한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판결문에서 “과거 사스 때와는 매체 환경도 달라졌다. SNS 등의 출현으로 관영매체가 정보전달을 독점하던 체제는 끝났다. 이젠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숨기려는 어떤 시도도 헛된 것이 됐다”라고 했지만, 검열은 여전하다.

 

우한 한슈극장에 설치된 '우한 힘내요' 조명 ⓒ

우한 한슈극장에 설치된 ‘우한 힘내요’ 조명  ⓒ新华网

 

개학을 맞이하여 중국인 유학생들이 돌아온다고 한다. 한국은 중국과 무역, 교통, 교육, 관광, 인적 교류에 있어서 가장 밀접하게 얽혀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그만큼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해묵은 적대와 미운 정이 켜켜이 쌓여 있으며, 양국의 연결 정도에 따라 위험은 공유되고 더 빠르게 확산한다. 위기가 발생할 때, 사회에서는 내외부의 경계를 선명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발동하고 적대감이 환기되며 단절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 세계화 시대의 초연결 강도에 비례해, 그것을 단절하려고 하는 반작용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혐오, 차별, 배제는 당연시되고 인종주의는 경계를 가시화하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우리는 연결을 완전히 끊어버릴 수 있을까? 그리고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라면, 우리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두려움에 의해 환기되는 즉자적 반응에 몰두하기보다 고통받는 이웃의 얼굴을 떠올리며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2월 11일 현재 중국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는 천명을 넘었다. 일단 가장 큰 피해 지역인 후베이성 일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에 예의를 갖춰 애도한다. 그리고 우리의 안전과 안녕만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고 혐오하고 배제하는 일은 삼가며, 공동체의 생명과 삶을 지키기 위해 과학적으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연대할 방법도 차차 고민해본다. “우한자요우(武汉加油, 우한 힘내요)!” 외치며, 신학기 곧 돌아올 중국 유학생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생각해본다.

 

주윤정 /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

2020.2.12.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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