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반려’, 생태적 전환의 첫 걸음이 되기를

박찬식
박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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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건설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 전략환경영향평가

 

7월 20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동의를 얻지 못함으로써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법적으로 사업계획이 확정되는 기본계획을 고시하기 전에 환경적 측면에서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공항 건설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추진을 중단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적 절차다. 공항시설법에는 공항 건설을 결정하는 절차로 “국토교통부장관은 공항 또는 비행장을 개발하려면 (…)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라는 단 하나의 조항만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계획을 시도지사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람시켜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해당 주민이나 지자체,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기본계획 수립단계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환경부장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환경부장관은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중에서 결정해야 한다. ‘부동의’할 경우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이다. ‘조건부 동의’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사후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나 다름이 없다. 실제로 2011년에서 2020년까지 (산하 지방환경청을 제외하고) 환경부가 협의기관이었던 663건 중에서 조건부 동의가 637건에 이른다. 동의는 4건에 불과하고 부동의가 7건, 반려가 7건이다. 부동의와 반려를 합쳐도 2.1%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부가 이번에 ‘반려’ 결정을 하면서 ‘부동의’와 어떻게 다른지 이슈가 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는 두가지 경우에 반려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첫째는 보완 요청한 내용의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는 등 평가서가 적정하게 작성되지 않아 협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둘째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환경영향평가법 제17조). 이에 비해 ‘부동의’는 “당해계획이 관련 법령에 저촉되거나 환경상 상당한 문제점이 있어 계획을 축소·조정하더라도 그 계획의 수립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업무 처리규정 제17조).

 

문구만 얼핏 보면 반려가 더 강하게 보인다. 반려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협의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하거나 거짓이라는 뜻이니까. 그런데 실제는 반대다. 부동의할 경우 협의가 종료되고 기본계획 자체를 변경하지 않는 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반면, 반려의 경우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만 요건에 맞게 다시 작성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추진했던 사업 중 흑산공항 건설사업과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의 경우 반려되었다가 평가서를 다시 제출하여 조건부 동의로 통과되었다.

 

부동의의 의미를 담은 반려

 

환경부는 조류 서식지 보전방안, 항공기 소음예측, 법정보호종 영향, 숨골 보전 가치 등의 보완내용이 누락되거나 미흡하다는 이유를 근거로 제2공항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그런데 이 사항들은 두차례의 공식적인 보완요구와 추가보완 요청을 받고 국토부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보완했던 것들이다. 조류에 대한 추가조사와 충돌위험성 평가를 거쳤고, 숨골의 경우 한국건설기술원에 용역까지 맡겨 조사하고 대책을 세웠다. 따라서 보완내용이 누락되거나 미흡하다는 평가는 다소 억지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실상은 국토부가 할 만큼 해서 보완했지만, 환경상 상당한 문제점이 있어 계획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 즉 ‘부동의’ 요건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부동의가 아닌 반려를 결정한 이유는 자신의 손으로 사업의 가부를 결정하는 부담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부 결정을 하지 않겠으니 재조사해서 평가서를 다시 제출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국토부에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1차 보완요구를 받은 2019년 10월 말부터 일년 반 동안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따라서 이번 환경부의 결정은 형식적으로는 ’반려’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기본계획 자체가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동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성산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환경부 결정을 이끌어낸 것은 제주도민의 반대 목소리

 

환경부가 제시한 사유에도 드러나듯 성산 후보지가 환경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환경부가 후보지의 환경적 타당성만을 보고 사실상의 부동의를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환경적 타당성이 없음에도 ‘조건부 동의’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 예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사실상 부동의한 진짜 이유는 지난 2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 다수의 제2공항 건설 반대의견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 여론조사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었다. 2015년 11월 제2공항 건설계획 발표 이후 절차적 정당성과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한 주민들의 문제제기와 목숨을 건 투쟁이 있었다. 그 결과 국토부와 주민대책위가 추천한 인사들로 검토위원회가 구성되어 2018년 가을부터 2019년 여름까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제주도의회 주도로 제주도와 국토부, 비상도민회의가 참여한 여섯차례의 티비 공개토론이 이어졌다. 장기간의 심도있는 공론화 과정을 거친 끝에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의하여 도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공식적인 절차로 여론조사가 시행된 것이다.

 

지역개발을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일은 유례가 드물다. 더구나 공항은 보통 기피시설로 인식되기보다는 너도나도 유치하려는 시설이고, 제주도의 1년 예산과 맞먹는 5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마지막에 예상보다 찬반 차이가 좁혀진 이유도 2017년 이후 사드 사태로 인한 관광객 감소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주도정과 관변단체 등이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업계와 건설업계가 제2공항 건설로 30년은 먹고 산다며 찬성운동을 필사적으로 전개했다. 그런데 다수의 제주도민은 국토부와 제주도정의 거대한 힘과 5조원의 유혹을 물리치고 제2공항 반대를 선택한 것이다.

 

제주의 선택, 생태적 전환의 신호탄이 되기를

 

원희룡 지사와 찬성단체들은 반대가 많은 이유를 지역 간의 대립으로 몰면서 제2공항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인구가 많은 제주시 등 서부의 주민들이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처음에 70퍼센트가 찬성했던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아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특히 남성은 찬성이 많았던 반면 여성은 압도적으로 반대가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제주도민은 이익은 소수 자본에 집중되고 대다수 도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과잉관광과 과잉개발에 반대한 것이다.

 

제주도민의 선택은 이제 개발과 성장보다는 환경보존과 삶의 질을 추구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사실 제2공항에 대한 도민공론화의 과정은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넘어 제주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성찰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언론에서만이 아니라 식당, 찻집, 제삿집, 술집 등 곳곳에서 가족과 친구끼리도 때로는 핏대를 올리며 의견을 나눴다. 도민의 힘으로 이룬 제2공항 백지화는 천혜의 자연생태와 공동체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제주다운 제주, 지속가능한 제주를 향한 작지만 거대한 첫 걸음이다. 제주도민의 승리가 개발과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기후위기시대에 생태적 전환을 선도하는 역사적인 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찬식 /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

2021.7.21.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