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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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신예시인특선

 

심지현 沈知賢

1990년 경남 김해 출생. 201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1sim@naver.com

 

 

 

체코어 사전

 

 

체코 남자의 다락방, 도망간 언니, 돌림노래처럼 서 있고 싶어라.

늘어났다 줄어드는 체코 남자를 배우고 싶어라.

 

체코 남자의 무릎을 베는 일, 체코산 반도네온을 켜는 일, 혹은 무릎에 누워 반도네온을 체코 사람처럼 켜는 일. 언니는 그 남자를 오빠라 부르고, 남자는 돌림노래처럼 한국어를 한다. 언니는 체코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체코 여자처럼 발음하질 않나, 배운 적도 없으면서 반도네온을 켜질 않나.

 

그들은 어긋난 맞춤법처럼 지하방에 누워 있다. 왼쪽에 펼쳐진 체코어 사전, 난 도무지 보이지 않는 저 사전을 갖고 싶다. 당신은 내가 여기 서 있는 걸 봤으므로. 주무르고 싶은 저 검은 글씨를 나는, 불행한 체코인이라고 발음할 거다. 아주 함부로. 언니와는 다른 체코 여자처럼. 그러면,

 

체코인은 사라지고

체코 남자가 사라지고

체코 남자의 다락방이 사라지고

 

언니가 돌아오고

도망간 언니가 돌아오고

도망간 언니가 반도네온을 배워 돌아오고

 

나는 돌림노래를 멈추고

사전을 훔친 내가 돌림노래를 멈추고

사전을 훔친 내가 마침내, 한번도 돈 적 없던 돌림노래를 멈추고

 

 

 

비행

 

 

인간은 점점 괜찮아지기 위해 학교에 온단다

솔직히 말해봐 죽은 참새 가져간 거 모를 줄 알았니? 그건 나쁜 게 아냐 잘 묻어주는 건 아이다운 거지 근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니 끔찍하구나 가져간 참새를 여기저기 만졌겠지 잘못하면 싹싹 비는 거라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무릎이 없는 건 자랑이 아니라니까

 

맞아요 참새를 들고 집에 갔어요 선생님이 모를 줄 알았어요 팬티 속에 넣어뒀으니까요 그래서 내 고추를 주무르려고 했구나 근데 왜 참새가 살아 있는 건 몰랐어요? 참새는 만질 수 없었어요 아팠으니까요 팬티 속이 간지러워요 무릎처럼 사라진 선생님 튀어나온 것들은 실수라고, 소문내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