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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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1992년 서울 출생.

시집 『나이트 사커』 가 있음.

yokzoe@naver.com

 

 

 

풀의 밀폐

 

 

연쇄되는 무덤이었다. 무덤으로부터 자라나는 풀이었다.

 

아치형 그림자 속이었다. 봄밤에 거듭되는 산책이었다.

 

서서히 청바지의 물이 빠지고 있었다.

 

어두워지는 하늘이었다. 종잡을 수 없이 꽃이었고 착색되는 길이었다.

 

파릇파릇한 질주였다. 달리고 달려서 되돌아온 곳이었다.

 

무덤을 이대로 두고, 가야 할 곳이 있단다.

 

검고 거대한 이불이 나를 덮었다.

 

나는 꿈속에 남겨졌다.

 

나의 팔다리가 나 대신 무덤 주변을 뛰고 있었다.

 

 

세트장

 

 

너와 돌 사이에서 소리 질렀다. 너와 돌과 너와 돌과 조금 갈라지는 피부.

 

폐교 안에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꿈이 설계되고 있음을 알았다. 꿈은 벌써 며칠째 숲을 부수고 빈터를 지었다. 그곳에 너를 서 있게 하려나보다.

 

벽을 부수며 뻗어나가는 실금. 네가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손바닥을 펼쳤던 순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떨어진 슬레이트들을 주웠다.

 

춤과 뼈와 춤과 뼈. 조금 흔들리는 살.

 

옥상은 낙하 장면을 도왔다. 바닥이 노출되기 전에 건물은 절단되었다. 죽음이 내레이션으로 처리되었다.

 

그저 나긋하고 부드러운 움직임만이, 콘크리트와 병치되어 있는,

 

결말부.

 

몇십년 동안 모은 거야. 너는 죽은 잎들로 가득한 채집통을 내게 건넨다. 다리가 많이 아팠다고 탱탱 부었다고 웃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