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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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진 崔正進

1980년 전남 순천 출생. 200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동경』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등이 있음.

alay301@naver.com

 

 

 

나만 아는 돌탑

 

 

일년에 한번 나만 아는 돌탑에

돌 하나를 올리러 다녀온다.

돌탑은 낙엽에 흙에 쌓여 있다.

 

돌탑에 쌓을 돌을

일년 동안 고른다.

 

낙엽을 흙을 치우고

돌탑에 돌 하나를 올린다.

동물 울음이 들리는 것 같다.

 

돌탑에 돌을 쌓고

다음 올릴 돌을 헤아리며 돌아오는 산길은

무서워할 겨를 없이 밝기만 했다.

 

돌탑에 올린 돌보다

작지만 더 무거운

돌이 손에 쥐어지고 있었다.

 

 

 

방향치

 

 

그렇잖아,라고 한다.

그랬겠네, 그렇네,라고 하지 않는다.

 

스치듯 본 것이 잊히지 않는다.

다시 보면 달라져 있다.

 

누군가 길가에서 울상을 짓고 서 있었다.

옆집 사람 같았다.

 

네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만나기로 한 곳에 내가 없다고 했다.

 

집에서 나올 때 옆집 사람이 동시에 나왔다.

엄마한테 인사 안 하고 갈 거야?!

고함이 들렸다.

 

놀랐다는 것만으로 집에 다시 들어가면

두고 온 것이 없는데

갑자기 쓰지 않은 펜, 쓰지 않은 다이어리가 두고 온 것이 된다.

 

투표소 정해져 있어.

어딘지 알아보고 가야지.

투표소 중에 아무 데나 가면 돼.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없고

어디든 길을 잃고 헤맨 다음 가게 된다는 뜻이다,라고

알아서 듣게 된다.

 

그렇잖아

한쪽으로 밀어버린 그렇게,를

그렇겠네, 그렇네,라고 돌려놓기 위해

 

기분이 분명함과 동시에 희미해져서

말로 표현되지 않을 때

 

저녁에 뭐 먹을까,라고 묻는데

네가 고른 것하고 같은 것,이라고 답하게 될 때

 

싹 나고 상한 감자를 치울까. 모기향을 피울까. 화장실 청소를 할까. 이 중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