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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시인선
우은주 禹恩珠
1973년 강원 강릉 출생. 2019년 『황해문화』로 등단. 시집 『좋아하니까 말해주는 거야』 등이 있음.
wej0315@naver.com
ASMR 1
물소리를 들으며. 모닥불로 화면을 채운다. 인간은 조용히 날개를 접고 나무 위로 내려앉는다. 가방에서는 끊임없이 캠핑용품이 나오고. 텐트를 펼치는 동안 카메라가 숲을 향해 걸어간다. 어둠을 걷어내고 소리를 밟아가며 많은 눈이 카메라를 쳐다본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나뭇가지를 흔들고 발소리를 죽인다. 다 쓸어버릴 것 같은 순간에도. 발아래에서 부서지던 기도를 생각해야지. 인간이 날아온 자리에 서서 카메라가 하늘을 쳐다본다. 비가 내릴 것 같아. 날개를 모으고 깃털 사이로 고개를 넣는다. 마이크를 감싸며 비벼대는 바람. 바싹하게 구운 어둠을 입속에 욱여넣는 소리 같아. 텐트가 거칠게 펄럭인다. 액정은 계곡 물소리에 흐려지고. 채팅창에서는 어서 화력을 높이라는 요청이 도배된다. 소리에도 색이 있다니. 입을 가리고 웃고 있다니. 대체 누가 살길래 이토록 소란할까. 거기 좌표 좀 부탁해요. 궁금한 것도 아니면서 스크롤 아래로 광기가 쏟아진다. 잠이 오지 않아서 준비해온 고기를 꺼낸다. 버터를 두르고 고기를 올리면 싫어요를 누르는 인간도 작은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 소리를 좋아한다. 반복은 차가운 마음도 말랑하게 만들고. 과정이 생략된 음식을 씹으며 시간이 삭제된 것끼리 먹고 먹히는 소리를 낸다.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으며 고기를 뒤집는다. 감탄하는 인간들이 화면 아래로 몰려든다. 구매 링크 올려주세요. 마침 타고 남은 장작의 화력이 좋아서 빵을 굽고. 마이크가 살려낸 소음을 들으며. 누군가 인간에게서 달아난 나무의 안부를 묻는다. 간이의자에 누워 나무 사이로 비치는 두려움을 본다. 먼, 먼 구덩이 안에 숨어 있던 인간이 날개를 펼치고 화면 밖으로 날아간다. 희고 딱딱한 빵을 놓으며 돌아오는 길에. 마음 하나 부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ASMR 2
숲에서 가져온 건 뭐든 타니까 너는 더 태울 게 없나 여기저기 둘러본다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자라지 않는 나무를 심는다 아름다움은 맹렬하고 아파트 한동이 빠르게 타들어간다 복도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자전거 바퀴가 녹아내린다 벽지는 금방 불이 붙고 가스관이 터진다 너는 커다란 행복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광경을 본다 타고 남은 소리가 조용하고 침착하게 바스러진다 너는 숲에서 죽은 나무들 난로 위에 작은 주전자를 얹고 뇌파를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을 듣는다 인간이 지은 죄 아래에는 집이 살고 고요로 초대합니다 가짜뉴스가 도배되는 사이 불멍하며 향 좋은 커피를 갈며 스트레스 없이 키운 식물을 먹는다 너는 숲에서 죽은 벌레들 친환경의 삶을 욕망하며 더 바랄 게 없으니 “의도가 꼭 중요할까요” 묻는다 일터에서 거리에서 최악의 재앙을 관람하며 거기서 살아남은 죽음을 캠핑 난로에 던진다 너는 숲에서 죽은 사람 이게 아날로그 감성이지 숲은 청량하고 난로 뚜껑을 열자 불티가 바깥으로 튀어오른다 좋은 기운이 있는 것을 들여야 한다 여기 사람들은 어두운 숲에 들어가지 않고 불 밝힐 게 필요하므로 오래된 미래가 인간을 기다린다 세상은 여전히 불타는데 숲에 두어도 타들어갈 것을 꺾는다 너는 숲에서 발견된 돌 길을 잃지 않으려고 자주 뒤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