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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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시인선

 

 

임주아 林姝我

1988년 경북 포항 출생. 2015년 광주일보로 등단. 시집 『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등이 있음.

zooalim@naver.com

 

 

습설

 

 

영안실에 들어가는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간밤에 외출하는 사람처럼

 

간다고? 묻자

그래, 했다

 

최초의 눈인사 같았다

감았다가 뜨는

 

고양이들이 노려보다가

축축한 밥자리를 나누는 것처럼

 

교도소에 들어간 아빠와 접견했었다

소시지와 양말을 넣어주고

 

수명 연장했네, 하자

빙긋이 웃었다

얼굴이 너무 편안해서 죽은 사람 같았다

 

망가진 마음을 입고

고사장 앞 여관에 나란히 누운 날도 있었다

 

아빠, 내일 시제 뭐 나올까?

한번 내줘봐, 응?

 

떨어지는 눈송이 사이로

코 고는 소리 들려왔다

 

 

 

시옷이 사라졌다1

 

 

내 안에 폭주하는 영혼 있어

아껴 쓰고 있다

 

자기만의 짐승 하나

밝은 곳에 웅크리고 있듯이

 

젊어 터져 쇄도하는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닳아빠지는 기분이 좋았다

 

아무리 슬퍼지려 해도

이염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그건 네 마음의 문제라고

소리친 영혼과는 급히 헤어졌다

 

대체로 흐린 날씨 속에서도

시옷으로 시작하는 것들을 사랑해왔다

 

최근엔 시금치를 사러 가려고 슬리퍼를 주문했다

택배박스 말고 소포상자라 써보는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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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던국악프로젝트 차오름 창작공연(송지희 극본·이왕수 연출)에서 제목을 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