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왜 청년들은 부동산 임장에 나서는가
최시현
청년들의 부동산 투자 욕망은 어디에서 드러나는가. 그 욕망의 질감이 가장 선명하게 포착되는 곳은 부동산 임장 현장이다. 본래 ‘임장’은 발품을 팔아 현장에 나온다는 뜻으로 지금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현장 방문 및 매물 확인을 말하며, 함께 임장을 다니는 소규모 집단을 뜻하는 ‘임장크루’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임장을 오고 임장 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 이 현장을 여러차례 드나들어보았다. 부동산은 아무리 저가의 매물이어도 적지 않은 목돈이 필요하기에 자산규모가 있는 중년들이 주로 포진해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현장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바쁜 일상에도 이들이 시간을 쪼개 임장에 나오는 이유는 명백했다. ‘좋은’ 입지의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는 잔인하지만 확실한 예감 때문이다. 그곳에서 만난 청년세대 대부분은 당장 매수할 여력이나 의도가 없어도 임장을 투자자로서의 선행학습 과정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가치있는 매물을 판별하는 안목을 얻기 위해 현재의 체력과 시간을 쏟아부어보는 것이다. 일종의 비물질적 투자다. ‘강남불패’는 ‘한강불패’로 그 명성을 갱신하고, ‘상급지’를 남들보다 선점했다는 이유로 노동 없이 배당금을 축적한 이들이 자산계급으로 자리잡아온 한국현대사는 청년들이 이 실천에 뛰어드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다.
이러한 열기는 부동산 시장 현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22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48%로 이는 집값 폭등기로 기억되는 2018년 상승률을 훌쩍 넘어선 수치이자,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도 사상 처음으로 15억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고 이른바 갭투자를 막는 방식으로 주택 구매 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이 안정되리라는 낙관론은 자취를 감추었다.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모종의 신호를 준 것일까?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대출규제가 시행된 2025년 3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액 평균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상승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들은 청년들이다. 이 시기 주택담보대출은 30대가 가장 많이 받았고, 다음이 40대, 20대 순이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막힌 돈줄을 뚫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한 퇴직연금 중도 인출도 늘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 인원이 전년에 비해 4.3% 많아졌고 대부분의 사유는 주택 구매다. 노후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인 퇴직연금까지 허물어 주택매수에 뛰어든다니 이것이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일이다.
위험한 ‘영끌’을 감수하는 것은 억 소리 나는 아파트값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상승액이 서울 근로자 연간 임금 총액을 넘어섰고, 특히 강남, 서초 아파트의 1년 상승액은 평균 연봉의 무려 6배를 넘어섰다.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보유하기만 해도 소득을 한참 웃도는 자산이 불어나는데 살 만한 매물이 있고 대출이 가능하다면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평범한 이들의 평생 소득을 뛰어넘는 십수억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아파트값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한 언론기사는 2019년 반포의 한강변 아파트를 사기 위해 금 52.7kg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23.5kg이면 가능하다는 역설적 비교를 제시했다. 그사이 같은 아파트의 가격은 원화 기준으로 27억 5천만원에서 48억 5천만원으로 76.4% 상승했지만, 금을 기준으로는 대폭 하락한 셈이다.(「20% 오른 최저임금, 달러로는 5% 줄어… 화폐 가치 하락이 부른 가난」, 조선일보 2025.12.24.) 화폐가치 하락과 자산경제의 결합 효과이다.
문제는 화폐가치 하락이 결코 동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자산을 보유한 이는 부동산이나 금 같은 실물자산으로 화폐가치 하락의 효과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이익을 본다. 그러나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이들은 그럴 수 없다. 임금인상은 화폐가치 하락을 따라잡지 못하고, 동결한 월급을 간신히 쪼개서 축적한 화폐는 쌓이기는커녕 쉽사리 녹아내린다. 열심히 목돈을 모아 ‘내집마련’ 하겠다는 소망은 치솟는 집값에 주저앉는다. 노동소득 증가율은 화폐가치 하락률보다 낮고, 화폐가치 하락률은 자산 가격 상승률보다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이 신뢰하는 일자리, 모아둔 퇴직연금, 가족 간 대출 등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 이들은 영혼을 모두 끌어모아 더 늦기 전 이 불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투자는 차익을 실현할 목적으로 이뤄진다. 청년들이 유료 재테크 강의를 듣고 부동산스터디를 조직해 임장을 다니며 돈과 시간을 투여하는 것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자기계발형 믿음 때문이다. 이들은 투자한 만큼 미래에 반드시 되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공유하면서 지금의 불안을 낙관으로 전환한다. 그것은 현대적 의미의 유비무환이며, 노동자에서 투자자로 사회적 정체성과 삶의 감각을 이동시키는 실천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외치지만 이미 ‘똘똘한’ 한채를 보유했거나, 대출 완화 국면에 ‘수혜’를 입어 매수에 성공했거나, 상승장 이후 ‘패닉바잉’을 했거나, ‘로또청약’에 당첨되었거나, 심지어 부동산임장에 나와 있는 무주택자 청년들까지,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이들의 모든 욕망은 차익 실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공공의 언어로는 집값 안정을 말하면서도, 사적인 기대 속에서는 집값 상승을 포기할 수 없는 이중의 태도가 이 시장을 강하게 지탱한다. 이렇게 상승을 꿈꾸는 집단적 욕망은 시세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것이 부동산 정책이 역대 정부의 발목을 잡은 이유이다.
현재의 부동산 과열은 일시적인 시장 과잉 반응이 아니라, 노동과 자산, 미래를 배분하는 사회적 질서가 재편된 결과다. 끊임없이 자산을 늘려가는 일이 생존전략이 된 사회에서 투기는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미래의 안정을 확보하려는 대중의 합리적 선택이 되었다. 개인의 선택을 단속하는 정책이 반복해서 실패해온 이유는, 시민들이 이미 투기적 자산경제 바깥의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지 못하는 정책의 무능은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소득으로도 안정적인 주거와 노후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제시하지 못한 사회의 실패에 가깝다. 자산축적 경쟁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지 않아도 존엄한 삶이 가능하다는 공동체의 안심을 복원하지 않는 한,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불안을 뒤쫓는 처방에 머물 것이다.
최시현 / 연세대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2026.1.13.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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