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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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수상작 발표

 

 제5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및 어린이 독후감 공모 수상작 발표

 

좋은 어린이책을 쓰고 출판하는 풍토를 가꾸고 동화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워주기 위해 창작과비평사에서 마련한 제5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공모 수상자가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정되었습니다. 시상식은 2월 23일(금) 오후 5시 서울 도화동 서울대동창회관에서 열립니다.

‘좋은 어린이책’ 원고공모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함께 이딸리아의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아동도서전 참관 및 유럽문화기행 혜택을 드리며, 어린이 독후감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겨레신문사 문화쎈터의 방학캠프 참가 혜택을 드립니다.

 

 

‘좋은 어린이책’

 

대상

창작 부문: 안미란 장편동화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기획 부문: 당선작 없음

 

□ 수상자 약력

安美蘭 1969년 경북 김천 출생. 동국대 철학과 졸업. 1998년 눈높이 아동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장편동화 『너 먼저 울지 마』가 있음.

 

 

어린이 독후감

 

대상 한수지(서울 대모초등 4)

 

우수상 이은빈(서울 구남초등 1) 이선우(고양 신일초등 2) 김민경(음성 대소초등 3) 이해준(서울 개원초등 3) 구광모(대구 상인초등 4)

 

가작 김진(서울 청구초등 1) 김청기(서울 구의초등 1) 김가영(거제 국산초등 2) 김형선(서울 경복초등 2) 정하연(장흥 서초등 2) 하유리(서울 왕북초등 2) 강원석(서울 언북초등 3) 권윤우(서울 대모초등 3) 연지영(서울 구남초등 3) 이현민(서울 대모초등 3) 정연우(서울 언북초등 3) 표소희(서울 왕북초등 3) 홍시내(나주 영강초등 3) 남수지(서울 을지초등 4) 박민경(대전 목동초등 4) 이휘(대전 목동초등 4) 최승구(서울 반포초등 4) 김준우(서울 언북초등 5) 김진규(안양 남초등 5) 김희진(서울 중평초등 5) 장수정(서울 옥정초등 5) 정혜영(서울 한양초등 5) 강세진(창원 용남초등 6) 김동진(서울 옥정초등 6) 김동훈(서울 개원초등 6) 김슬기(인천 신대초등 6) 신동윤(서울 광남초등 6) 유재웅(서울 언북초등 6) 허유리(서울 구남초등 6) 김민우(서울 언북중 3)

 

2001년  2월

(주)창작과비평

 

 

‘좋은 어린이책’ 심사경위

 

 

창작 부문

작년처럼 올해도 60여 편의 응모작이 답지했다. 예심(예심위원: 김경연 김제곤 이상권 황선미)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동시(童詩)에 김경문의 「홍시 이야기」 외, 동화에 박미경의 「내 마음의 나침반」 외, 이윤님의 「도토리가 굴러가요」 외, 그리고 장편으로 이서현의 『길잡이별』과 안미란의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등 모두 다섯 편이었다. 이 가운데 김경문의 동시는 동시다운 발상과 표현을 잘 살려냈지만 말의 세공에 기울어 알맹이를 놓치는 문제점을 드러냈고, 박미경과 이윤님의 짧은 동화들은 일상의 부대낌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파문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긴 했어도 시야가 한결같이 집안식구들 안으로만 고정되어 있어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능숙한 솜씨로 주제의식을 구축해간 이서현의 장편 『길잡이별』과 안미란의 장편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을 놓고 최종판단에 들어갔다.

『길잡이별』은 ‘소망의 집’에 사는 장애인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오해에서 비롯된 마을 아이들과의 갈등을 짐짓 전쟁놀이인 양 밉지 않게 그려내서 호감을 주었고,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소설인데, 씨앗을 둘러싸고 자본의 논리와 생명의 논리가 부딪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길잡이별』은 새로 부임한 선생님과의 갈등, 그리고 마을 주민과의 다툼 장면에서 틀에 박힌 진행을 보인다는 단점이 지적되었고,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은 외국자본의 씨앗 독점 문제가 이미 농촌에서 심각한 현실의 문제로 대두한 형편인데도 굳이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해서 그 절박성을 깎아내릴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지만, 아무나 쉽게 쓸 수 없는 장애인 문제를 잘 소화한 미덕이 없지 않음에도 다소 뻔한 도식으로 갈등을 해결한 『길잡이별』보다는, 가상의 미래사회를 그려보는 가운데 오늘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살피게 해주는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쪽으로 기울었다. 안미란의 장편은 정보를 독점하는 세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를 만들어 빈부격차의 심화를 비롯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른바 정보화사회의 물결 속에서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일깨우고 있는 점에서, 단지 농촌문제라든지 생태환경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오늘의 과학문명이 직면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폭넓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당선작으로 삼았다.

권정생 최원식 원종찬

 

 

기획 부문

기획부문에 응모한 원고는 모두 13편인데, 그 가운데 편집국의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원고는 네 편으로, 하나경의 『뚝딱 할아버지와 뚝딱뚝딱 놀이터』, 문숙현의 『깨달음의 밥그릇』, 이은영의 『송이의 만물 여행』, 이광렬의 『우리나라의 민속문화와 전래놀이』 등이다.

『우리나라의 민속문화와 전래놀이』는 많은 자료를 잘 정리했다는 생각이 드나, 그 많은 글을 어린이가 읽기가 쉽지 않을 듯하고 내용도 참신하지 않았다. 『송이의 만물 여행』 역시 다양한 소재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왜 발명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깊이 생각하고 소재를 다루어야 했는데 그만 동화 식으로 가볍게 다루다보니 내용이 빈약했다. 『깨달음의 밥그릇』은 나름대로 새롭게 불교 문화재를 다루려고 했지만 풀어쓴 이야기와 전설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고, 불교문화의 본질에는 다가서지 못해 아쉬웠다. 『뚝딱 할아버지와 뚝딱뚝딱 놀이터』는 간단한 도구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 나름대로 여러 소재를 정성껏 다루었지만, 하나하나 만드는 일에 더 손때가 묻은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를 너무 많이 다루기보다는, 실제로 하나를 만들더라도 꼭 도움이 될 수 있게끔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어, 만들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네 편의 원고를 검토한 느낌은, 자료를 찾은 노력은 보이지만 주제를 다루는 힘이 부족하거나 너무 쉽게 동화나 이야기로 풀어쓰다보니 글에서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획의도에 맞게 글을 다시 고쳐 써보았으면 좋겠다. 원고를 보내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번에는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 좋은 원고를 기대한다.

윤구병 김중철

 

 

‘어린이 독후감’ 심사평

 

 

본선에 올라온 아이들의 귀한 글과 그림을 잘 보았다. 나름대로의 진지한 다짐들, 그리고 책을 통해 눈과 마음이 열리고 이웃을 알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했다.

그런데 고학년 아이들은 글을 쓰는 순서나 느꼈던 교훈이 길들여진 것처럼 비슷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앞으로는 주인공과 같은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반성으로 끝나는 독후감이 많았다. 형식은 비록 서툴더라도 느낀 점이나 감동적인 부분을 놓치지 말고 잘 붙잡아 쓰면 좋겠다. 또 문장도 매끄럽게 줄줄 읽히고 할말도 빼놓지 않고 다 썼는데도 진짜 자기 생각은 풀어놓지 않고 꼭꼭 숨겨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쓰는 자체가 진정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빼앗아가는 또 하나의 억눌림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하였다.  그나마 제도교육에 덜 길들여진 저학년 아이들의 글이 어른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써서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대상으로 뽑힌 한수지 어린이의 글도 비록 형식은 서툴지만 동화책을 읽어가며 다른 이웃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의 모순에 눈떠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잘 나타나 있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좋은 책 한권이 억눌린 요즘 아이들의 숨구멍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또 한번 절실히 느꼈다. 올해도 좋은 어린이책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 우리 아이들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게임보다는 책 속에서 울고 웃으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노미화 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