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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새만금사업의 향방

 

 

신혜경 申憓璟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 인하대 교수 역임. 현재 중앙일보 편집국 경제부 선임전문위원, 도시공학 박사. hkshin@joongang.co.kr

 

 

 

지금도 혹한의 바다에서는 사상 최대의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갯벌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는 지난 12월 대선 이후 노무현 당선자에게 새만금사업 중단을 또다시 주문한 상태다. 이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공사를 중단하자는 제안도 나와 있다. 명지대학교 김석철(金錫澈) 건축대학장은 지난 12월 초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방조제 공사를 중단,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 채 방조제로 막힌 바다를 안바다로 만들고, 갯벌의 일부를 이용해 베네찌아와 같은 바다도시를 건설해 환황해권(環黃海圈)의 물류 및 관광중심지로 키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새만금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는 이미 80% 이상 완공된 방조제를 중단하면 지금까지 들어간 공사비뿐 아니라 중단된 방조제의 훼손으로 인한 환경피해가 오히려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방조제를 완공하고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되, 처음 계획에서 많이 수정된 친환경적인 개발을 해나가겠다는 주장이다. 농업기반공사의 관계자들도 새만금사업과 같은 간척사업이 현상황에서 거론된다면 아마 사업 채택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다. 그만큼 새만금사업이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 정치논리에 따라 사업성이나 환경에 대한 철저한 평가 없이 시작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다.

새만금사업이 이렇게 진행된 데에는 정책을 수립한 많은 사람들의 책임이 뒤따른다. 앞으로라도 이런 정치적인 사업이 또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의 탄생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새만금사업의 결정과 추진에는 두 사람의 대통령이 관련돼 있다. 우선 전북지역의 표를 의식해 새만금사업을 공약으로 채택한 노태우 전(前) 대통령이 근본적인 책임을 안고 있다. 환경에 대한 대책이나, 앞으로의 사업성 등 무수한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새만금사업의 문제점을 뒤늦게 깨닫고 사업착공을 미적거리던 노대통령을 재촉해 1991년 공사를 착공토록 한 것은 당시 야당 대표였던 김대중 현 대통령이다. 그 역시 지역감정을 고려해 새만금사업 자체의 문제점이나 필요성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막상 환경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자, 이번에는 1년 2개월에 걸쳐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문제 등에 관한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런 조사 후에 정부는 전북지역의 수질오염대책에 예산을 늘려 배정하는 정도의 수정만 한 채 공사를 재개했다. 결국 공사를 중단한 1년여 동안 방조제 기초가 쓸려나가면서 709억원에 달하는 손실만 초래하고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새만금사업이 진행된 추진경위와 환경단체들의 반대논리, 새롭게 제안된 김석철 교수의 바다도시 제안, 농업기반공사의 현황 설명과 사업진행의 필요성 등을 요약해 새만금사업이 가진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1. 새만금사업의 추진 경위

 

―새만금사업은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방조제 33km를 축조해 내부 간척지 2만8천여ha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방조제로 갇히는 바다의 총면적은 4만1백ha. 이 사업으로 담수호 1만1천여ha 및 농지 2만8천여ha가 조성된다. 사업의 시행자는 농림부로 사업부문은 농업기반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80년대 초 쌀 흉작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고, 1986년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시작됐으며, 1987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후보가 공약으로 채택,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1988년 한국산업경제연구원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함에 따라 1989년에서 1991년까지 관계부처 협의, 환경영향 평가, 공유수면 매립면허, 사업시행 인가 등을 거쳐 1991년 11월 28일 착공됐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조1385억원의 예산으로 방조제 총 33km 중 19km가 완공됐다.

―1999년 5월부터 2000년 6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민·관 합동조사가 추진돼, 수질 등 환경보전대책에 대한 세부 실천방안이 마련됐다.

―2000년 6월 방조제 공사가 재개돼 2002년 말 방조제 4.5km를 남기고 82%가 완공된 상태다.

―지금까지 투자된 총사업비는 1조4258억원에 달한다.

 

 

2. 새만금사업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대

 

1991년 공사가 시작됐지만 시화호의 오염이 사회문제화한 1996년 이후 갯벌생태계 훼손과 수질오염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1999년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환경단체들은 갯벌 자체의 경제적 가치가 농지로 바꾸는 것보다 더 높다고 주장하는 데 비해, 사업을 추진하는 농업기반공사 등에서는 농지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또 방조제 바깥쪽에 새로운 갯벌이 형성되기 때문에 간척사업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농업기반공사 등의 주장을 환경단체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은 갯벌이 파괴되면 도요새 등 철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데, 농업기반공사 쪽에서는 농경지의 먹이로 서식에 더 유리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만경강 수역의 수질을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4급수 이내로 개선하기 어려우리란 점도 논란거리다. 생활하수를 처리하려면 하수처리장 건설뿐만 아니라 부실한 하수관의 정비·유지를 위해서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고 환경단체들은 주장한다. 농업기반공사는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축산 분뇨의 95%를 처리·제거할 수 있다고 밝히지만 환경단체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맞선다. 금강에서 희석수를 끌어들여도 만경강 수역의 수질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새만금사업이 농지가 아닌 복합산업단지 쪽으로 방향이 바뀔 경우 매립을 위해 엄청난 양의 토석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 육상생태계까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방조제 공사의 80% 이상 진행된 지금까지도 환경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환경운동연합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국제 비정부기구(NGO) 습지회의(이른바 람사회의)에 대표단을 보내 새만금 간척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이 채택되도록 했다.

한편 올해 1월 환경운동연합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서주원 총장도 노무현 당선자에게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3. 김석철 교수의 환황해권 중심의 바다도시 제안

 

지난 12월 2일 서울 명지빌딩에서 열린 ‘새만금 바다도시’ 국제학술회의에서 명지대 건축대학장 김석철 교수는 “그동안 갯벌보존과 농지조성 사이에서 갈등을 빚어온 새만금지역을 바다도시로 개발해 환황해권의 중심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황해 연안은 중국과 한국을 합해 9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밀집된 지역으로 새만금을 지중해의 베네찌아처럼 황해의 교역과 써비스, 관광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즉 개방 이후 중국의 해안도시들이 개혁과 개발을 주로 담당해왔으며 그 물결이 황해 도시공동체를 살아날 수 있게 하는 근본이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해안도시들도 이에 맞추어 환황해권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방조제를 현재 상태에서 마무리해 새만금을 안바다[內海]로 만들고, 이곳을 항구로 조성하며, 갯벌과 방조제의 일부를 이용해 베네찌아와 같은 바다도시로 만든다면 황해권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지역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서 8천만평의 농지조성은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새만금 전역을 간척하고 담수호를 만드는 일은 시화호의 실패에서 경험했듯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다라는 주장이다.

김교수는 이와 함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전북지역의 군산·익산·정읍·김제·전주를 도시연합으로 묶어 새만금의 배후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경제권 구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된 각종 기능을 분산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새만금 바다도시의 조성을 통한 전북지역의 도시연합 구성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김교수는 바다도시와 기존 도시들의 중간 봉화산 일대에 새만금과 호남평야를 잇는 중간도시를 건설할 것도 제안했다.

김교수가 제안하는 바다도시는 방조제도시와 갯벌도시, 하구도시로 구성된다.

▷방조제도시: 방조제 33km 중 4.5km는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새만금 방조제 중 완성된 1·3호 방조제와 공사중인 2·4호 방조제 사이의 가력도와 신시도의 두 배수갑문 사이에 바깥바다를 제어하고 안바다를 자기 것으로 하는 직각의 방조제를 덧붙이면 현재 미완성인 세 부분이 세 개의 게이트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미완성된 방조제를 해수 움직임과 파동의 변형이 퇴적형태를 조정하도록 구조적으로 보강해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만게이트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 하부구조가 300m에 달하는 거대한 방조제의 안쪽 사석(沙石) 부분은 인프라를 장착한 인공암반으로 활용해 방조제 안쪽바다의 수상구조물과 함께 도시용지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방조제 북쪽과 남쪽 끝의 해안은 이미 두 변이 방조제와 육지로 되어 있어 삼각형의 한 변을 작은 인공섬들로 잇고, 이를 작은 방조제로 이으면 새로운 토지를 얻게 된다. 그중 부안 쪽에는 인공호수를 만들어 주변 일대의 용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비교적 수질이 좋은 동진강이 계속 흐르는 가운데 그 물의 일부만 정화해서 끌어올 것이므로 현행사업에서처럼 담수호가 오염될 우려가 없다.

▷갯벌도시: 새만금 1억2천만평 중 7천만평은 바다고 5천만평은 갯벌이다. 갯벌을 살리면서 바다와 함께 도시를 건설하려면 갯벌을 수많은 작은 토지로 만들거나 갯벌을 그냥 둔 채 건축물을 짓고 서로 연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유리한 방안은 갯벌 위에 인프라를 장착한 인공토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공토지 주위에 독립적으로 건축물을 세우는 방안이다. 베네찌아가 14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인공토지에 세운 도시인 데 비해, 새만금 갯벌도시는 인프라가 장착된 최소한의 공동공간만 인공토지 형식으로 만들고 모든 건축물은 갯벌과 인공토지 사이에 ‘플러그 인’ 형식으로 구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도시와 같이 도시 인프라를 완성한 뒤 도시를 건설하는 기계적인 방식과 달리 도시의 성장과 도시 기반시설의 구축이 함께 이루어지는 유기체적인 방식이다.

▷하구도시: 새만금 바다도시가 건설되면 전북 봉화산 일대는 바다도시와 내륙도시를 잇는 결절점 역할을 하게 된다. 봉화산 일대가 새만금-호남평야 도시연합의 한가운데에서 군산항과 서해안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군산공항과 김제공항의 방사선상의 중심에 있도록 만들어 한반도에서 가장 우수한 인프라를 가진 도시권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바다와 육지의 교차점에 있는 봉화산 일대를 하구도시로 만들면 전북의 5개 도시연합을 엮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새만금 바다도시’에 수용하는 기능은 바다와 갯벌과 담수호·육지가 어우러진 해양·생명공학단지, 화물·정보·인간의 모이는 장터 역할을 하는 메쎄 씨티(messe city, 박람도시 또는 견본시장 도시) 등이다. 김교수는 새만금을 허브공항인 인천공항과 초고속정, 3만톤급의 크루즈와 선박, 경비행기 등을 통해 연결해 환황해권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중심장소가 되도록 개발해나가는 것이 전북지역의 경제활성화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 및 갯벌의 보존 양쪽 모두에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4. 국제학술회의에서 논의된 바다도시에 대한 평가

 

새만금 바다도시 제안과 관련 서울대 안건혁 교수는 “국토계획의 분산 차원에서 새만금 일대를 전북 5개 도시와 엮는 구상은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새만금 일대 전북지역과 경북의 대구·포항을 잇는 남북 내륙축은 환황해권과 환동해권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안교수는 “서해안 개발에서 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 포화상태이고 목포는 개발잠재력이 취약한 데 비해 전북 5개 도시를 묶는 새로운 관문으로서 새만금을 개발하면 외자유치 등 수요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교수는 “다만 정부가 어느만큼 이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현 한샘연구소장은 “새만금을 간척해 농지로 사용하든 공장용지로 사용하든 경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환경피해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방조제를 인공방파제로 사용한 바다도시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황해권을 향한 시장도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제 제조업에서 써비스업으로 옮겨가야 하는 국내 산업변화의 전초기지로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소장은 “이러한 시장도시의 형성을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필수적이므로 경제특구 정도가 아니라 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만금지역의 항구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최병호 성균관대 교수는 “방조제를 완전히 막는 것은 내부에 조성되는 호수의 수질문제뿐 아니라 서해연안 전체의 조류(潮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방조제의 완성을 중단하고 현재 남아 있는 개방구간을 살려두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업기반공사의 기반조성사업처 구광회 처장은 “현재 방조제가 덜 막아진 세 부분은 유속이 빨라 배가 드나들기에 적합한지 의문시된다”고 전제하고 “바다도시 제안은 추후 기술적인 측면이나 경제성이 면밀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구처장은 “바다도시를 만들더라도 일단 방조제는 다 쌓은 뒤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갯벌도시의 구조적인 가능성에 대해 이창남 센구조연구소장은 “고층건물이 아닌 3, 4층 건물은 파일공법 등의 기초까지 필요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갯벌에 인공구조물을 세우는 방안은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딸리아 베네찌아대학의 만꾸조(Franco Mancuso) 교수는 “새만금과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바다도시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사업으로 변모시켜나가는 것은 흥미있는 과제”라고 전제하고 “새만금지구를 직접 방문해보았는데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세계수상도시연구소장이기도 한, 같은 베네찌아대학의 브루또메쏘(Rinio Bruttomesso) 교수는 “방조제가 완공되더라도 갑문을 통해 바닷물을 드나들게 한다면 바다도시의 가능성은 충분하며,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아주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5. 정부의 입장

 

정부는 2001년 5월 새만금 간척사업의 재개를 결정하면서 이른바 ‘순차적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33km에 이르는 방조제는 일단 계획대로 다 쌓은 뒤 수질이 상대적으로 나은 동진강 하구지역을 먼저 간척한다는 것이다. 만경강 수역은 수질개선 상황을 지켜보며 간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경 수역 담수호가 오염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곧이어 지난해 8월에는 담수호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초보다 7438억원을 더해 2011년까지 모두 1조4568억원을 수질개선과 해양환경 보전에 투입한다는 세부계획도 확정했다.

농업기반공사는 새만금사업으로 형성되는 담수호는 앞으로의 물 부족에 대비해 10억톤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사업의 완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이를 통해 홍수 때마다 바닷물 역류로 인해 발생되는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배후농지 1만2천여ha의 상습 침수피해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시화호와 같은 오염발생 문제와 관련해 박상현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연구실장은 “새만금호는 오염원의 분포가 시화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하고 “새만금의 오염도는 시화호의 담수화 당시의 1/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도요새 등을 위한 철새도래지로서 약 1백20ha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다도시 제안에 대해 농업기반공사는 우선 새만금지구가 도시건설의 입지여건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새만금 주변의 기존도시인 군산·익산·전주·김제·부안 등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개방구간에 배를 드나들게 하자는 제안에 대해 방조제의 개방구간 세 곳은 수심이 얕은 반면, 유속은 초당 5미터로 빠른 편이며, 조석차가 6〜7미터로 매우 커서 선박이 드나들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방조제를 미완성인 상태로 중단하면 파랑, 해일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토석이 유실돼 이를 보강,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방조제는 설계도면대로 완성될 때에는 안전하지만 미완성인 상태로는 기하학적으로 불안정하므로 방조제의 전면 붕괴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방조제가 미완성인 상태로 남으면 환경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새만금사업단은 지적했다. 즉 파도와 유속에 의해 유실된 흙이 인근 해역에 흩어져 어장을 황폐화시키는 등 환경피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방조제도시와 갯벌도시에 대해서는 지반이 취약한 갯벌이나 방조제에 구조물을 세우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태풍이나 파랑에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농업기반공사 구요한 이사는 2000년, 2001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새만금사업을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KBS, 대한매일, 한국경제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각각 94%, 62%, 91%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구이사가 제시한 수치는 그 언론사의 인터넷 웹싸이트에서 이루어진 여론조사 결과로, 당시 MBC와 한국갤럽의 전화면접을 통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66.3%가 반대하고 당장 강행하는 것에는 83%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구이사는 “남은 과제는 새만금사업이 친환경개발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모아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6. 앞으로의 방향

 

현재 진행중인 대로 방조제를 완공하고 간척사업을 통해 농지를 만들지, 아니면 공사를 중단해 현재 상태로 일부 막힌 바다가 외해와 소통하는 채 갯벌을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갯벌과 항구, 바다도시와 같은 전혀 새로운 대안이 가능한 것인지, 새만금이 가야 할 방향은 생각하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 농업기반공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으며, 친환경적인 방법을 통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아직은 이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한편 환경단체는 방조제를 완전히 막았을 때 예상되는 환경재해는 시화호에 비교할 수 없이 크고,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갯벌의 가치는 계산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경인운하의 건설 중단을 포함,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대규모 국책사업들의 경우 타당성이 문제가 돼도 일단 시작만 하면 사업 중단이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이같은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새만금사업의 전면 재검토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노당선자는 경인운하, 새만금사업, 북한산 관통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을 모두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고 시민·환경단체도 노당선자의 ‘신구상 기획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김석철 교수가 제안한 바다도시는 일부의 갯벌도 살리고, 방조제 공사를 중단한다는 측면에서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으나 궁극적으로 주변지역을 농지보다 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로 만든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측면도 있다. 또 농업기반공사가 지적하는 것처럼 현실적인 실행에는 기술적·사회적 문제 등으로 다양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싯점에서라도 새만금사업이 완성됐을 때 환경에 대해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김석철 교수가 제안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철저한 모색이 필요하다. 이는 앞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이 추진될 때 얼마나 철저한 타당성 조사와 경제성 평가 및 환경영향 평가가 선행돼야 하는지의 사례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