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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동균 全東均
1962년 경주 출생.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등이 있음. dgjun@kobaco.co.kr
大物들
대물들은
수심 깊은 곳에 산다지
깎아지른 벼랑 밑 혹은 수몰된 버드나무 아래
저 혼자 산다지
새벽 두시에서 세시 사이
가장 춥고 어두운 시간의 물골을 따라
연안 수초대를 회유한다지
더러는 지쳐 잠든 낚시꾼 발밑에서
찰랑찰랑 잔물결 일으키며
먹이를 찾는 음험한 눈빛들,
4짜나 5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놈들은
제 새끼도 잡아먹는다지
오랜 가뭄이 못바닥을 드러내면
제 새끼를 잡아먹고
진흙바닥 파고들어 죽은 듯 몇달을 견딘다지
어느날 다시 큰비 내리고
못물 차오르면 금빛 비늘 번쩍이며
용수철처럼 튀어오른다지
그러나 그러나 어떤 놈들은
멀쩡한 대낮에 빈 낚시를 물고 나온다지
自盡하듯이
멩동에서 온 전화
……요새 고기 없니더 달랑, 눈만 달린 호박씨만 나오니더 어제 시청 김계장, 와, 거, 벌초 때도 낚싯대 들고 오는 양반, 세칸대 네칸대 외바늘로 딱, 딱 수초구멍에 때리는데 참말 기가 막힙디더 그래도 꽝 쳤심더 1급수 멩동지 옛말 됐니더 4짜붕어 인터넷에 뜬 뒤에 벌떼 같은 릴부대 원자탄에 물이 죽었심더 못물도 生物이고, 고기도 生物인데, 사람처럼 숨을 쉬야 되는데, 수초도 시커멓게 썩어갑니더 하믄요, 맞심더, 재작년 이맘때믄 못물로 밥했지예 하룻밤 낚시에 금물 뚝, 뚝 지는 토종붕어 열댓 수는 안했능교 인자 끝났니더 오늘 내일 고랑고랑 카는 노친네 세상 뜨믄 나도 뜰 낍니더 사십 평생 노 젓고 그물 쳐서 동생들 학교 다 보냈으이 여한은 없심더 근데 와 이래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한지, 아이라, 아이시더, 홀몸 하나 어디 갈 데 없을라꼬? 이거 저거 다 싫고 절에 갈랍니더 메기 뱀장어 가물치 잉어…… 내가 죽인 목숨만 캐도 경포 산업도로 몇바퀴는 돌 낀데, 장작이라도 깨면서 속죄해야지예 그건 글코, 헹님, 한번 안 오시능교 하도 소식 없어 짤린 줄 알았심더 무식한 내사 잘 모르지만, 사오정인가 오륙돈가 난리라카데예 서울서 낑낑대지 말고 한번 내려오소 방뚝에 천막 치고 누렁이 한마리 태우시더 복날 전에 꼭……
명당
아까시꽃 필 때
파로호 가면
태산리 옛 집터가 명당이라네
홍수와 放流의 거센 물결 속에서
앙상한 뼈 같은 돌담만 남았지만
안개 걷히고 소리도 없이
水門 열리는 새벽이면
오름수위 물길을 따라서
금빛잉어들이 떼지어 모여드는 곳
큰비 온 며칠 뒤
충주호 가면
수몰된 내사리 다랑논이 명당이라네
쩍쩍 갈라진 황토빛 논바닥
훤히 비치는 물속엔
피라미 한마리 보이지 않지만
밤과 까마귀 울음이 함께 내리면
늙은 농부 물꼬 보러 나오듯
느릿느릿 월척붕어가 회유하는 곳
大物들은 늘
사람이 버리고 떠난 곳을 찾아온다네
사람 흔적을 제 것인 양
그리워하며